중앙도서관 불교학자료실 내 귀중본실을 찾아

▲중앙도서관 불교학자료실 신해철 과장이 기자에게 ‘석보상절’을 열람시켜 주고 있다.

문안의 문. 그리고 그 안의 또 다른 문. 문을 열자 도서관의 공기와는 다른 서늘함이 느껴졌다.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바람이 불고 향균제 냄새가 나는 그곳에 보물급 도서가 잠들어 있었다. 이들을 칭하는 이름은 전적(典籍)문화재. 이는 각 학문분야에 있어 학술적 혹은 예술적 가치가 있는 기록 자료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가 잠을 깨운 것은 ‘석보상절’. ‘석보상절’은 세종 28년(1446)에 소헌왕후가 죽자, 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종의 명으로 수양대군(후의 세조)이 김수온 등의 도움을 받아 석가의 가족과 그의 일대기를 기록하고 이를 한글로 번역한 책이다.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햐얀 장갑을 끼고 책을 다뤘다. 책을 싸고 있는 ‘포갑’를 열자 고서의 내음이 났다. 포갑은 책 보존을 위해 책에 싸는 갑이다. 조선시대에 제작된 책을 실제로 보다니 믿을 수 없었다. 조선시대의 책이 어떻게 오늘날까지 보존될 수 있었을까? 오랜 세월을 견뎌오기 위해 석보상절이 지내는 방식은 특별했다. 적정온습도(20도, 50%)에서 저온 저습이 좋으며 직사광선이나 자외선의 노출, 산성화나 곤충, 미생물, 곰팡이균을 피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은 향균 해충방지를 위해 향온 향습기와 향균제 및 약품을 이용한다. 화재예방을 위해 자동화재 감시기와 소화 자동분사기 그리고 소화기도 구비돼있다. 보존을 위해 포갑을 제작하는 것은 기본이다. 오동나무 상자에 보관하기도 한다. 또한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서 세콤 설치와 내부자동감시시스템도 사용된다.

게다가 피치 못할 손상에 대비하기 위해 마이크로 작업, 이미지 작업, 복사본 영인본유지 등 매체 변환도 한다. 덕분에 500여년도 더 된 종이는 색이 바래긴 했지만 여전히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인쇄된 활자도 선명했다. 도서관이 소장하기 전 책 주인이 필기해놓은 내용들도 고스란히 책속에 담겨있었다. 오늘도 중앙도서관에는 각종 첨단 시스템의 호위 아래서 고서들이 잠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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