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우주만유의 실성인 본체를 실상, 또는 理體(이체) 고한다. 理體(이체)는 인연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無限(무한) 絶對(절대)하며 常恒(상항)不變(불변)하여 나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또한 더하고 덜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 體性(체성)은 비고 고요해서 모든 차별을 여이었으므로 말이나 글로서 표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또한 마음으로써 반연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것을 이름 하여 실상, 법계, 진여, 법성 등이라 하고 다시 이것을 소극적으로 설명하여 공, 또는 中道(중도)라고 한다.
  그런데 이에 반하여 인연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진 일체 삼라만상의 정신과 물질, 주관과 객관의 모든 현상들을 사상이라고 한다. 이 사상은 인연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졌으므로 남이 있고 없어짐이 있고, 더하고 덜함이 있으며 차별이 있고 분제가 있으며, 따라서 유한상대하며 無常(무상) 變遷(변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理體(이체)와 사상을 둘로 나누어 관찰하고, 또한 그것을 설명하는 방법과 내용도 다양스러우나 그러나 이 평등한 理體(이체)와 차별적인 사상은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협되고 용납되는 것이라고 본다. 즉 이 이와 사는 孤立獨存(고립독존)할 수 없고 相依相卽(상의상즉)함이 마치 물과 파도의 관계 같으니 이렇듯 서로 원융하고 걸림이 없는 도리를 최종의 진리로서 가르치고 있다.
  또한 이 이사에 연유해서 승려들을 그 생활태도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누니 理判(이판)승과 事判(사판)승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理判(이판)승이라 함은 참선, 염불, 講學(강학), 布敎(포교) 등 오로지 理體(이체), 즉 이론의 세계에 참여하는 이들을 말하고, 事判(사판)승이라 함은 각종 불사를 일으켜서 寺院(사원)을 운영 수호하는 등의 사상 즉 실제사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말한다.  그런데 이들은 孤立獨存(고립독존)할 수 없으므로 반목질시할 것이 아니라 상즉불리이므로 원융화합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니 어찌 불교인의 생활뿐이랴. 모름지기 세계인류는 다 마땅히 그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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