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이성이 혼재된 인간은 시공간을 따라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흐르는 강물의 한방울 물과 같은 존재라고 누군가 내게 말했었다.
나는 그 하나의 물방울이 ‘톡’하고 튀어 올라, 연어가 회귀하듯 삶을 거슬러 가고 싶은 순간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고 생각하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 때 여행을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다.
삶의 많은 문제들은 오직 스스로 만든 것이기에 그리고 세상은 끊임없이 선택과 결정을 요구하기에  한 순간도 조용히 모든 것을 내려 놓기가 힘들고 두렵다.여행은 바로 우리의 머리속에 혼재된 그 문제들을 잠시 동안 잊게 해준다. 힘든 여정을 택할수록 그런 문제들을 끄집어 낼 여유가 없다. 오직 하루를 견디는 법을 배울 뿐이다. 먹는 것, 움직이는 것, 자는 것……. 외딴 곳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데 온 신경을 곤두 세우다 보면 어느 덧 삶의 가장 단순한 지점에 다가가 있음을 느낀다. 나는 최소한의 것들만을 꾸리고 낡고 버릴 것만으로 배낭을 채웠지만 신발만은 단단하고 편한 등산화를 마련해 갔다. 탄탄한 신발은 든든한 여행의 동반자이기에 혹여 잃어버릴까 싶어 어디가나 신발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꼴까따의 닥신네시와르 깔리 템플 (Dakshineswar kali Temple)에 도착했을 때 켜켜이 가득 쌓인 신발들을 보고 놀랐었다. 그 옆으로는 맨발로 한손에 꽃과 향을 들고 줄을 선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나도 신발에 양말까지 벗고 사원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섰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축축하고 끈적거리며 군데 군데 개와 소, 양들의 배설물이 있는 바닥의 느낌은 결코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 동안 포기할 수 없었던 최소한의 문명(?)의 조각인 등산화를 벗음으로 해서 내 여행은 시각과 청각 그리고 촉각까지 열리고 있었다, 나의 두 발은 내 삶의 원류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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