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내음과 브라스 밴드가 하나로, 대중적 호응 잇달아

 바다 내음이 가득 밴 봄바람 냄새를 맡으며, 노신사 브라스밴드가 연주하는 비틀즈의 ‘오블라디 오블라다’를 듣고 있다. 이런 광경, 상상해 본 적 있는가?

세계적인 현대음악 작곡가 윤이상의 고향, 바로 경상남도 통영에서는 이런 상상이 현실로 이뤄진다. 항구도시 통영에서 2008통영국제음악제의 봄 시즌이 시작됐다. 이번 시즌은 ‘자유(freiheit)’란 주제 아래, 정규 공연 프로그램 이외에도 대중성에 무게를 둔 ‘프린지(Fringe)'중심의 음악제가 펼쳐졌다.
프린지란 ‘축제 공식 공연의 주변부’로 불리는 길거리 축제로서 아마추어부터 전문 뮤지션까지 다양한 공연 팀과 관람객이 만날 수 있는 그야말로 음악제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시즌부터는 기존의 강구안 항구 및 프린지 홀 이외에도 교회, 학교 등 장소의 범위가 넓어졌다.
특히 바다가 눈앞에 있는 강구안 공연무대는 통영만의 지리적 이점을 잘 살린 예로, 항구 특유의 분위기와 다양한 장르 음악의 향연이 청중의 오감을 자극했다. 더불어 밤 공연에서는 에너지 넘치는 밴드들의 공연이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프린지 공연들을 ‘젊음과 열정의 자유’로 비유하자면, 통영국제음악제 정규 공연 프로그램은 고전과 현대음악의 조화를 목표로 한 ‘정제된 자유’ 라고 할 수 있다. 일찌감치 매진된 개막 공연의 주인공은 바로, 이번 봄 시즌 통영국제음악제의 간판 섭외라고 할 수 있는 BBC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윤이상의 교착적 음향,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과의 협연 및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던 베토벤 교향곡 7번이 끝나자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이어 공연장 밖 개막 축하 불꽃놀이와 함께 야외 국악 공연이 흥겨운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시즌 정규공연에는 이외에도 자크루시에 트리오,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힐러리 한 등 유명 음악가들이 함께 초청되었다.

 국제음악제는 지방민 소통의 장과 더불어 관람객과 지역민이 한데 어울어지는 축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국제음악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것이다. 통영에서 살고 있는 문호준(33, 일반인)씨는 “통영에서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나 째즈 공연이 많지 않다”며 “국제음악제를 통해 좋은 공연을 접할 기회가 많아 지역민으로써 뿌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음악제 시작의 모태인 윤이상 선생의 관련 부대행사가 적었고 공연 장소가 협소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포항에서 온 관람객 권양희(36, 일반인)씨는 “구 군청 건물을 쓰고 있는 프린지 홀은 소극장을 표방한 듯 보이나 장소가 다소 협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통영시는 대규모 예산을 확보하고 윤이상 음악당 및 음악타운 건립을 준비하고 외국 관람객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획 담당자 양은경씨는 “예년부터 받아온 지적이긴 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국내 축제는 없다”며 “내년도 아시아현대음악제와 연계한 봄 시즌 프로그램을 계기로 아시아 단체 관객을 유치하는 정책의 도입을 모색 중이다”라고 말했다.
2008 통영국제음악제는 이제 봄 시즌을 끝내고 새로운 가을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단순히 섭외된 몇몇 뮤지션들과 협소한 이벤트들을 특정한 기간, 특정한 장소에 한데 모아 ‘축제’라는 간판을 내건다고 해서 진정한 의미의 축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통영국제음악제다. 보물 같은 통영만의 자연과 느낌을 무기로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차별성 있는 국제적 음악축제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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