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 교수

요즘 절 행사에 가보면 불교용품 뿐 아니라 된장, 의복 등 우리 생활에 필요한 많은 물건들이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법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 ‘맑은 소비’, ‘향기로운 소비’ 라고 자처하면서 즐겁게 구매한다.

소비는 개인적인 행위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행위다. 소비는 단순히 소비자의 개인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행위에 그치지 않고 사회를 발전시키거나 몰락시키는 요인이 된다. 무분별하게 확대된 소비는 사회를 황폐화시킨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지속가능한 소비’라는 새로운 소비운동이 전개되어 왔다. 종이컵 등 일회용상품의 사용을 줄임으로써 사라지는 산림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유기농경작 운동도 여기에 해당한다. 에너지 사용을 줄여서 석탄이나 석유 등 에너지자원을 보존해 나가고, 헤어스프레이 같은 냉매사용을 줄여서 지구의 오존층 파괴를 억제해 보려는 운동이 일어났다. 나아가서 지구의 기후변화를 억제하고 빙하가 녹아내리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나라가 국제협약을 맺고 지속가능한 소비를 촉구했다.

최근 소비자의 의식은 ‘윤리적 소비’의 새로운 흐름을 타고 있다. 윤리적 소비란 “경제적 강자의 이기적인 소비가 선량한 약자를 괴롭힌다” 는 사실을 의식하는 소비자행동이다. 윤리적 소비자는 올바른 과정을 통하여 생산되고 유통되는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상품의 생산과 유통이 건강하게 되고 나아가서 인류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고자 한다.

윤리적 소비운동은 불공정무역의 커피를 거부하는 데에서 출발했다. 커피생산국의 노동자들에게 혹독한 노동시간과 저임금을 제공하고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한 커피를 거부하고 공정무역 커피를 유통시켰다. 그밖에 인종차별이나 인종청소를 자행하는 국가의 상품, 아동노동을 통해 제조원가를 절약한 상품, 종교적 탄압을 하는 기업의 상품 등을 거부하는 운동으로 확대됐다.

불자들은 진작부터 의식화된 소비를 하고 있지만 아직 그것을 ‘불교적 소비’ 라고 내세우지 않을 뿐이다. 지구를 살리는 ‘지속가능한 소비’와 약자들을 보호하는 ‘윤리적 소비’는 진즉에 불자들이 실천하고 있다. 이제 불자들은 자신의 소비행태를 체계화해서 사부대중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불자들이 실천하는 불교적 소비가 지구 곳곳에 퍼져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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