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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줄 모르는 당신, 제ㆍ대ㆍ로 놀아보자
  • 원석진 대학부
  • 승인 2013.09.16
  • 호수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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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생들, ‘할배’들보다 못 논다. 최근 ‘꽃보다 할배’라는 방송프로그램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브라운관 속 할배들은 배낭여행을 즐기며 정말 잘 논다. 반세기를 넘게 견뎌낸 노구(老軀)를 이끌고서도 말이다. 반면 생생한 대학생들의 놀거리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최신 개봉작 보기와 음주문화가 고작이다. 그래서 그들은 “영화 보러갈까?” “오늘은 소주? 맥주? 아님 막걸리?”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남는 건 숙취와 무용지물 영화표밖에 없음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남부럽지 않게 놀아야 할 대학생들, 왜 제대로 놀지도 못하는 걸까?

어릴 때 놀지 못해 지금도 못 논다
과도한 입시경쟁을 치른 20대 청춘들은 여태껏 재밌자고 논게 아니다. 본인의 의지에 상관없이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놀아왔다. 동네 유치원 교실을 잠시만 들여다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동그랗게 둘러앉은 꼬맹이들이 흘러나오는 영어동요를 따라 부르고 있다. 흥은 맞추고 있지만 발화(發話)라 하기엔 힘들어 보인다. 놀이시간을 통해 제 나라말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모순된 광경인 것이다. 건국대 염지숙 유아교육과 교수는 “우리나라 아이들은 0세부터 조기교육을 받는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봤어요. 한창 놀면서 클 나이에 부모들이 짜놓은 틀에서 공부만 하니 자기 주도적인 학습과 놀이 모두를 못하는 거예요. 그러니 이 과정을 거친 지금의 대학생들이 잘 못 노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슬픈 결과죠”라고 말했다.
목적성을 띤 놀이만을 해온 이가 대다수니 주변에 ‘잘 노는 친구’를 찾아 노는 법을 배우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하지만 놀 줄 안다고 해도 한국사회가 그들을 놀지 못하게 막고 있다. 스펙 없인 변변한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하는 사회, 대학생들은 “놀 시간이 없다”고 토로한다. 슬슬 취업 준비에 뛰어든 이상용(전기전자3) 군은 “제대로 된 스펙을 쌓으려 공모전과 프로젝트 준비를 시작하면 정말 놀고 싶어도 못 놀아요”라고 말했다.

‘놀이’ 통해 스트레스 풀어야
노는 것을 ‘사치’라 여기는 고정관념도 문제다. 조준성(신방1) 군은 맞벌이를 하며 열심히 일하시는 부모님께 눈치가 보여 놀지 못했다. 쉬는 날 ‘방콕’을 하며 입 속에 단내가 나도록 잠을 자고 나면, 남는 건 허탈함뿐이었다. 그때마다 ‘아 뭐 한 거지, 계속 이래도 되나’라며 뒤늦은 후회를 되풀이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놀이의 주된 기능을 ‘카타르시스’라고 정의했다. 즉, 현실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했다면, 놀이를 통해 능동적으로 스트레스를 풀며 부정적인 감정을 정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면 특별하고 재미있는 놀이들이 분명히 있다. 돗자리와 먹을거리만 준비한다면 친구들과 언제든 가능한 ‘캠퍼스 피크닉’, 찍을 때도 볼 때도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립덥(Lip dub)' 영상제작도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놀기 전에 반드시 명심해야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놀이는 남이 아닌 내가 선택해야 한다. ‘청개구리 근성’이라고도 일컫는데, 원래 남이 시키는 일은 하기 싫은 법이다. 그러니 추천은 받을 수 있어도 선택은 내가 해야만 한다. 둘째, 놀이에선 목표를 이루는 것이 아닌 과정을 즐겨야 한다.
예를 들어 스포츠 경기를 한다고 하면, 승리가 아닌 경기에 참여하며 뜨겁게 호흡하는 순간을 즐겨야 한다는 이야기다. 경기 중 꼭 싸움이 일어나는 이유는 과정이 아닌 목표만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셋째, 결국은 즐거워야 한다. 놀면서 즐겁지 않으면 더 이상 놀이가 아니다. 시간, 체력 낭비일 뿐이다. 무섭더라도 즐겁고, 힘들더라도 재미있는 놀이를 택하라.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원석진 대학부  sjwon@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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