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주변 놀거리를 찾아서

막상 놀려고 생각하니 학교 뒤에 있는 남산이 떠올랐다. 남산을 그냥 오르는 건 건강을 위해 등산하는 아줌마 같은 발상, 나는 지금 놀러가는 것이다. 이틀의 시간을 갖고 하루는 된장남처럼, 또 하루는 간장남처럼 남산을 오르기로 작정했다.

된장남답게 지갑을 두둑이 챙기고 정상까지 올라가는 02번 남산순환버스를 탔다.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크림프라푸치노를 마시며 입구에서 산 N서울타워 3D 퍼즐을 맞췄다. 퍼즐을 맞추며 복잡했던 생각이나 고민들을 정리했다. 한 시간쯤 됐을까? 사랑연못이 눈에 띄었다. 하트코인을 던져 연못 안에 넣으면 사랑의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500원 가격인 하트코인을 10개 구입했다. 된장남에게 5000원은 아깝지 않다. 내 소원은 누구보다 간절했다. ‘부처 같은 여자 만나게 해주세요’ 왠지 사랑이 이루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밥 때가 되어 주변을 둘러보니 수많은 돈가스 집이 있었다. 돈가스 집들은 서로 왕돈가스라 자랑하며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구경하느라 지친 몸, 아름다운 숭의여대생이 있을까 기대하며 돈가스 집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단돈 오천원을 들고 남산을 다시 찾았다. 간장남에게 버스와 케이블카는 사치일 뿐이다. 걸어서 남산 길을 올랐다. 가는 도중 조그만 연못에서 물고기도 보고 나무벤치에 앉아 쉬기도 했다. 하지만 평생의 적, 계단이 존재했다.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점점 신기루가 보이고 핑 돌 때 쯤, 전기로 버스를 충전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 왔나 싶었더니, 학내 ‘헐떡고개’ 버금가는 언덕이 더 있었다. 지친 허벅지를 끌고 언덕을 올랐다. 마침 팔각정 앞에서는 무술, 상모돌리기 공연을 하고 있었다. 거리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니 돈도 굳고 눈도 호강하고 ‘일석이조’였다. 남산 전망대에 자물쇠도 걸고 싶었다. 자물쇠는 왜 이렇게 비싼지 살 돈은 없다. 하지만 사물함에 있는 자물쇠하나 들고 온 건 아무도 모를 것이다. (후후) 간장 같이 짠 일정을 마치고 걸어서 하산했다. 남산 왕 돈가스를 먹었냐고? 웃기는 소리, 간장남은 상록원 돈가스를 야무지게 썰어 먹었다.

부자처럼, 또 거지처럼 남산을 올라봤다. 결과적으로 각각의 매력은 달랐다. 남산을 넓고 크게, 단 시간 내 둘러보고 싶다면 된장남을, 천천히 여유를 즐기며 남산 길을 걷고 싶다면 간장남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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