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전기를 따라

면접까지 남은 시간은 17시간. 그 안에 꼬리뼈 통증이 가라앉을지 의문이었다. 이대로 면접을 보러 갈 수 있을까. 나는 이미 면접에서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최상의 몸 상태와 좋은 인상으로 임해도 부족한데 기분이 엉망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통증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면 일이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일단 정형외과를 서둘러 찾았다. 그곳에 가면 의사와 물리치료사가 몸 안의 흔들리는 못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꼬리뼈가 제대로 지탱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서 금이 갔거나 골절된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꼬리뼈는 굴곡진 엉치뼈의 끝 부분이었고, 뾰족한 모양이었다. 귓바퀴의 밑에 붙어 있는 귓불 같기도 했고, 물음표의 점처럼 보이기도 했다. 내 머릿속에도 물음표가 떠다녔다. 머릿속 물음표가 자꾸만 자리를 옮겨 다녔고, 어느 순간 점이 사라져 있었다.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점을 내일까지 단단히 붙잡아둬야 한다.

“푹신한 방석에 앉도록 하세요. 평소에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게 좋아요.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진료가 끝나고 나는 물리치료실로 들어가 침대 위에 누웠다. 물리치료사가 전기 치료기기를 끌고 와 커튼을 젖혔다.

 

“아픈 곳이 어디예요?”

“저 내일 면접이에요.”

“네?”

“내일 앉아서 면접 볼 텐데.”

“아픈 곳이 어디라고요?”

“…… 꼬리뼈요.”

“엎드려서 바지 좀 내려주세요.”

몸을 돌릴 때도 통증이 찌릿하게 느껴졌다. 바지를 내렸다. 바지가 엉덩이 중간에 걸쳐졌다. 물리치료사가 치료기기를 만지작거리더니 엉덩이의 중앙에 묵직한 무언가를 들이댔다. 물컹한 젤이 살에 닿아 시원했다. 전기가 꼬리뼈를 타고 점점 몸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꼬리뼈에서부터 골반까지 점점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듯했다. 무릎을 구부려 허공에 대고 발길질을 해봤다. 통증은 여전했다.

“저 내일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겠죠?”

“당분간은 옆으로 누워서 휴식을 취하세요.”

물리치료사는 환자의 면접에는 관심이 없는 듯했다. 걷는 것뿐만 아니라 앉는 것도 문제였다. 의자에 궁둥이가 닿기만 하면 꼬리뼈가 찌릿했다. 면접실의 의자는 푹신할까. 아니, 면접을 꼭 의자에 앉아서 봐야 할 필요는 없잖아. 요즘 대기업 면접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던데. 아니야, 너무 튀어서는 안 돼. 혹시, 내일까지 꼬리뼈가 다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꼬리뼈에서 느껴지는 전기의 찌릿함과 함께 수많은 걱정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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