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의 고독, 연애로 해결될까?

독신이 증가하고 있다.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독신용 제품은 잘 팔린다고 한다. 독신소비자를 뜻하는 싱글슈머(Singlesumer)란 말도 나오고, 기업들은 싱글슈머용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독신가구는 2000년 15.25%에서 2010년 23.9%로 뛰어올랐다. 2030년에는 32.7%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산업 연구원 자료).

서울시에서는 ‘일, 청년을 만나다’라는 미래직업 소개 책자를 펴냈다. 취업용 스펙 열풍에 지친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과 ‘삼포족(연애·결혼·출산 포기)’ 청년을 위한 미래형 직업 안내용이다. 그런 예로 독신용 청소 서비스업도 등장한다.

영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휴~제목이 너무 길다)도 독신의 삶을 파고든다. 열정적인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 대도시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탱고 이미지가 워낙 열정적이어서일까?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열정이 타오를 것 같지만 영화는 도시 속 고독에 초점을 맞춘다.

마틴은 원룸에 사는 독신남. 웹 디자이너로 컴퓨터를 끼고 칩거생활을 한다. 온라인 채팅과 쇼핑으로 생존하는 그가 느끼는 도시는 무기력한 공간이다. 오래된 건물과 높은 현대식 건물의 미적 불규칙성, 그건 윤리적 불규칙성으로 보인다. 두서없는 건물들은 실패한 도시계획일뿐 사람등급을 나누는 집들로 구성돼 있다. 비만과 불안, 스트레스가 몰려오는 곳이다.

마리아니는 건축가에서 쇼윈도 디스플레이어로 전락한 독신녀이다. 복층원룸에서 사는 그녀는 무한한 우주의 한 조각이라는 생각을 하며 천문대 관람을 즐긴다. 때론 쇼윈도 속에 스스로 마네킹이 되는 놀이를 해보기도 한다.

인터넷 채팅으로 고독을 달래던 독신남녀는 정전 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과연 이들은 그간 꿈꾸던 연애를 할 수 있을까? 바로 그 물음이 영화의 홍보 전략이지만. 영화 자체는 오히려 도시 속 고독을 음미하게 해준다.

스크린 속 탱고의 도시에서건 한강의 기적을 이룬 현실 도시에서건 삼포족의 고뇌는 경쟁에 내몰린 우울한 지구촌 초상처럼 보인다. 이런 경쟁의 늪에서 생활 문화 공동체나 협동조합 같은 제3의 길이 또 다른 탈출구로 등장하고 있다. 연애가 만사해결책은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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