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정부 1년 평가(통일, 인권, 노동) 좌담회

기대 속 정권교체 불구, 실망 커…“자주적 정책 수행 돼야”


일시: 1998년 12월 4일 오전 10시
장소: 조계사 내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사무실
참석자: 노동분야-박복찬 현대중기산업 노동조합 위원장
인권분야-오창규 김영삼 정권시절 정치수배해제를 위한 조계사농성단 단장
통일분야-김세규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의장(경기대학보사 편집국장)
사회자: 본사 유철주 기자
 

  사회자: 먼저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좌담회는 지난해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안고 출범한 김대중정부의 1년에 대한 평가를 하는 자리입니다. 우리사회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정권교체의 의미를 바탕으로 한 현정부의 1년을 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오창규: 정권교체는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표출된 것이라고 봅니다. 이것은 지역 간의 권력을 교체시킨 것이고, ‘패배에 대한 관성’을 해소시키면서 ‘승리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습니다. 현재 정부는 국민의 정부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미 실직자가 3백만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임시방편적 대안과 무관심적 태도로 인해 정권초기의 국민들의 기대감이 실망으로 나타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박복찬: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절실한 시점에서 50년만의 정권교체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희망을 갖게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정부는 IMF를 철저히 신봉하고 있으며 재벌과 기득권 세력은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볼 때 현정권 또한 지난 문민의 정부와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우리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대선 당시의 공약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김세규: 50년만의 정권교체는 민심이 ‘개인 김대중’을 선택했다기보다는 1당 독재체제에 대한 염증이 폭발한 것이라고 봅니다. 현정부가 ‘국민의 정부’를 표방하고 있지만 신자유주의의 논리인 IMF를 비롯한 미국의 예속 하에서 모든 정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고, 통일에 있어서도 이전 정권과는 다르게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지만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볼 때 정권 교체에서 기대에 부응 하고 있지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자: 현정부 출범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민중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의 순수한 방북취재는 불허가 됐고, 수많은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렸고 아직도 양심수는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동안 전대기련이나 현재중기노조 그리고 조계사 농성단에서 진행해온 활동을 정리했으면 합니다.

  김세규: 전대기련은 지난 학기부터 2천 기자들의 결의를 모아 방북취재사업을 준비해왔습니다. 지난 1학기에는 중앙차원에서 8월 방북을 목표로 준비를 했었고 2학기에는 각 신문사별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통일부는 끝내 불허를 했습니다. 대학신문기자로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통일 운동의 방법이 바로 방북취재사업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런 준비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현 정권에서는 우리 대학생들의 ‘순수성’까지 의심하면서 허가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남한의 사람들이 금강산도 가는 이시기에 우리 대학생들로 언젠가는 판문점을 넘어서 북녘 땅에 갈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이와 같은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오창규: 지난 8월9일부터 시작된 조계사농성은 크게 대종조직사업, 언론사업, 정치권과의 협상 등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지금까지 활동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이미 세 번의 대중집회와 문화제, 전국 40여개 대학에서의 후원회 조직, 수가협과 같은 부모님들의 활동 등과 각 대학신문사와 여러 언론매체를 통한 보도와 국민회의내의 인권위와 홍근수 목사님, 진관 스님, 함세웅 신부님 등이 나서서 협상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12월에는 양심수 문제 해결과 국가보안법 철폐, 정치수배해제와 양심수들의 군문제 해결을 위해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갑니다.
  박복찬: 현대중기 노조는 지난 6월 18일에 있었던 55개 기업 퇴출 이후 오늘(4일)까지 1백57일째 농성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우리 현대중기와 같은 경우 55개 기업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오던 기업이었고 유일하게 농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노조는 현재 현대중기의 최대주주인 현대건설의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사정위원회에서도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고 있으며 노동부 또한 이와 같은 사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사회자: 각각 통일, 인권, 노동과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현정부에서는 아직까지 가시적인 대응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정권에서도 정권초기에는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왔었던 것에 비하면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현정부의 각각의 정책에 대한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복찬: 현정부는 지난 대선 이후 곧바로 노사정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고 노동분야의 일을 다루어오고 있습니다. 또한 그 속에서 정리해고의 법제화 등의 정책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사정위원회가 걸어온 길을 보면 그야말로 ‘탁상공론’의 논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현정부의 노동정책은 실업자, 해고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해고에 따른 대책이 따로 세워져 있는 것도 아니니 참 답답합니다. 이후에는 대기업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또 다른 수많은 노동자가 정리해고 될 것입니다. 이에 따른 좀 더 근본적인 대책수립과 확실한 사회복지 마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세규: 현 김대중 정부이후 남북관계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남한 사람들이 금강산에 가서 그곳 사람들과 만나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여러 가지 교류협력이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도 ‘선별적 교류’에 머무르고 있다고 봅니다. 또한 현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이른바 ‘햇볕론’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북한사회를 붕괴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미국에서 내걸고 있는 정책과 별반 다를 게 없으며 최근 논의의 진전을 거듭해 온 연방제 통일과 부합하지도 않습니다.
  오창규: 지난 1년간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실망을 금치 못한다는 말로 현 정부의 인권정책을 평가하고 싶습니다. 지난 3ㆍ13과 8ㆍ15 사면 때에도 보았듯이 이 땅의 양심수는 아직도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전두환, 노태우와 같은 학살자들과 한보비리 관계자들, 경제 파탄 주범들은 풀려나고 있습니다. 어찌 이러한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또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인권상을 받고 온 것을 보면서 또 하나의 아이러니를 느낍니다.

  사회자: 각각의 분야에 대한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별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통일사업과 계속되고 있는 노동운동 탄압, 인권정책의 부실함 등은 시급히 고쳐야할 것들로 지적됩니다. 그렇다면 이후 현정부에서 추진해야할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오창규: 기본적인 문제부터 말씀드린다면 모든 양심수를 즉각 석방해야 할 것이고 준법서약서는 폐지, 정치수배해제와 양심수들의 군문제는 해결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현재 추진 중인 ‘국가인권위’라는 것도 좀 더 독립적이고 기능이 강화된 형태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해결될 때 현정부는 보다 옳은 길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김세규: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다되어 갑니다. 정말로 현정부는 민중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들어야 합니다.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민족자주’라는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고 보다 민중적인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남북합의서를 이행해야 할 것이며, 주한미군을 철거시켜야 합니다. 이러한 전제조건이 해결될 때 자주적인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박복찬: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IMF와 재협상을 벌어내야 합니다. 노사정위원회 또한 형식적 기구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풀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노동자들이 고통을 전담해서는 안 되며, 재벌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하고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은 중지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김대중 정부가 더 이상 노동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자: 지금까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현 국민의 정부가 보다 민중적이고 민주적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또한 현재까지 많은 민중들이 진행해왔던 투쟁들을 잘 마무리해서 좋은 결실을 이루어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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