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돈 있는 사람들” 세금 도피처

현재 유통되는 私債資金(사채자금) 규모 약 1조원에 달해
‘張女人(장여인) 사건’ 금융제도의 부패한 病理現象(병리현상) 표출


  미다스의 黃金(황금)
  돈에 대한 무절제한 탐욕은 인간을 파멸시킨다. 손이 닿는 것마다 모두 황금을 ㅗ변하여 급기야는 먹을 것이 하나도 없게 되었다는 미다스의 運命(운명)처럼 탐욕은 스스로를 망치는 재앙의 근원이 된다. 최근 엄청난 충격의 波紋(파문)을 일으킨 張(장)여인 事件(사건)은 돈의 환상에 사로잡혀 파멸한 미다스의 黃金(황금)을 연상케 한다.
  미다스의 黃金(황금)이란 그리스의 神話(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디오니소스의 스승이며 養父(양부)인 시레노스 老人(노인)이 갑자기 자취를 찾아 사방으로 수소문한다.
  어느 날 미다스는 술에 취해 잠든 노인을 발견하고 잘 대접한 후 디오니소스에게 데려다 준다. 디오니소스는 이를 고맙게 생각하여 미다스의 손이 닿는 것이면 모두 황금으로 변하게 해 달라는 그의 소원을 들어준다. 무엇이든 그가 만지는 것이면 황금이 되어 이때부터 미다스는 거부가 된다.
  그러나 이 신통한 마술은 먹을 음식마저 모두 황금으로 둔갑시키고 말았기 때문에 미다스는 곧 죽고 만다는 이야기이다.
  그리스 神話(신화)의 한토막이지만 張(장)女人(여인) 사건의 根底(근저)에 깔려있는 病理(병리)를 잘 말해주는 비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張(장), 李(이)부부의 거액어음사기행위라는 좁은 시각으로 국한시켜 볼 수 없는 근본적인 경제문제를 안고 있다. 사건의 수사는 일단 마무리되었으나 이 사건이 경제에 미친 충격의 波長(파장)과 병리의 근원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과거 흔히 볼 수 있었던 한 은행의 金融(금융)不條理(부조리)사건과는 그 규모와 성격 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은행증권시장 단자회사 종합금융신용금고 그리고 사채시장을 망라한 거의 金融謀体(금융모체)가 대대적인 사기행위에 말려들었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한국금융의 제도적인 모순과 관행상의 허점이 마치 미다스의 黃金(황금)과 같은 대규모 어음사기사건을 가능케 한 요인의 하나임을 말해주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이 지니고 있는 또 다른 특성은 우리 經濟(경제)와 社會(사회)의 내부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地下經濟(지하경제)의 부조리와 부패성향이 일시에 표출된 金融(금융)파동이라는 점이다. 지금 약 1조원 이르는 규모로 추정되고 있는 私債資金(사채자금)이 방대한 地下經濟(지하경제)에서 유통되면서 正常經濟(정상경제)를 왜곡시키고 있다. 張(장),李(이)부부가 대규모의 사채를 굴리고 어음을 남발하며, 制度(제도)金融(금융)을 마음대로 농락한 바로 우리경제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지하경제의 병리적인 현상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뜻한다.

  地下經濟(지하경제)의 深層(심층)
  기업마다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돈이 전혀 풀리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物價(물가)는 예상보다 안정되고 生産(생산)이 예상보다 침체된 것은 輸出(수출)이 부진한 탓도 있으나 공급된 金融(금융)資金(자금)의 대부분이 정상적인 경제회로 속에서 회전하지 못하고 민간의 購買力(구매력) 증가에 기여하지 못한데도 기인하다.
  다시 말해서 풀린 자금은 通貨指標上(통화지표상) 적지 않은 액수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상당액이 정상적인 국민경제의 순환과정 밖에서 공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는 금융기관의 預貯金(예저금)으로 돌아간 것도 있으며 또한 私債資金(사채자금)으로 地下經濟(지하경제)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도 있다.
  경제가 不況(불황)에 빠지면 빠질수록 문제가 되는 것은 돈이 정상적인 경제활동 보다는 비정상적인 地下經濟(지하경제)를 選好(선호)하게 된다는 점이다. 원래 不況期(불황기)에는 정상적인 생산활동의 收益率(수익률)이 낮은데다 소득에 대한 세금부담이 호황기보다는 과중하게 느껴진다. 자연 돈 있는 사람들은 세금의 은신처를 찾아 수익과 소득을 늘리려 한다. 그러지 않아도 재무구조가 나쁘고 수익률이 낮은 기업들이 불황과 金融緊縮(금융긴축)으로 오히려 자금수요가 늘어나자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하여 私債(사채)를 쓰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는 私債錢主(사채전주)들에게 세금의 은신처를 넓혀준 셈이 되었다.
  이러한 지하경제현상은 기업자금이 社外(사외)로 유출되어 다른 회사의 사채가 되거나 심지어는 자기회사에 私債(사채)를 놓는 회계처리의 歪曲(왜곡)을 통하여 탈세하는 사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사채를 포함한 기업의 타인자본증가현상과 수익률의 저하는 借金經營(차금경영)이 유리하게 되어있는 企業稅制(기업세제)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하경제가 번창하는 것은 세금을 내지 않는 비합법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가장 높다는 데 원인이 있다. 높은 이자의 사채대신 낮은 이자의 은행예금이나 낮은 수익률의 기업투자를 택하는 경우는 그 차액에 해당되는 안전성이란 보험을 든 셈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은행예금이나 기업투자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지하경제가 번창하는 곳에서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같은 地下經濟(지하경제)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企業(기업)과 家計(가계)에 부과되는 세금부담을 상대적으로 무겁게 함으로써 소득분배와 공평과세를 의무화시키는 구실을 한다. 또한 국민소득계정에 포착되지 않는 경제활동이기 때문에 정확해야 할 경제통계를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만들뿐더러 정부의 정책을 빗나가게 하기도 한다. 정부나 경제연구기관의 경제분석과 경제예측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지하경제가 상당한 규모에 달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나라 社債市場(사채시장)의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사채규모가 市中通貨(시중통화)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전체기업의 13.1%가 사채를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張(장)여인사건에서 드러난 규모를 미루어보더라도 우리나라 地下經濟(지하경제) 규모가 전체경제의 40%에 이른다는 韓國能率協會(한국능률협회)의 추정이 단순한 과장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地下經濟(지하경제)의 돈은 정보에 빠르고 기민하며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규모가 10~20%만 되어도 정상경제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지하경제규모가 약 20%에 이른다는 이탈리아 경제의 경우, 정부의 경제정책이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하경제의 부정적인 위력을 말해주고 있다. 하물며 지하경제의 규모가 전체경제의 40%에 이른다든가 사채규모가 시종자금의 약 25%에 해당되는 1조원에 달한다는 우리 경제의 경우 지하경제가 정상적인 경제에 미치고 있는 害惡(해악)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거대한 사채자금이 금융경제를 왜곡시킴으로써 제도금융이 제구실을 못하는 부조리가 상존하는 한 실물경제의 건전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모름지기 금융은 실물경제의 발전을 위해서 상호 의존적인 보완관계에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음성적인 지하경제에서 유통되는 거대한 사채자금은 반드시 정상적인 제도금융의 울타리로 끌어들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通貨(통화)와 總通貨(총통화)의 괴리
  通貨政策(통화정책)은 인플레를 다스리는 데에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 고용을 늘리는 데에도 목적이 있다. 그러기 때문에 張女人(장여인) 사건의 충격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경제의 흐름을 정상화하자면 안정을 해치지 않으면서 생산과 고용을 증대시킬 수 있는 적정한 通貨供給(통화공급)이 어떤 수준이어야 하는가를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동안 정부가 조금만 돈줄을 죄어도 市中資金事情(시중자금사정)은 악화되어 기업들은 고통스러운 不況感(불황감)을 호소하는 것이 常例(상례)였고 私債資金(사채자금)이 파고들 여지는 상대적으로 커지게 마련이었다. 그만큼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취약하고 자금사정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사건으로 온 金融界(금융계)가 파동을 겪고 있는 지금, 일반기업이 겪고 있는 資金需給(자금수급)의 어려움은 짐작키 어렵지 않다. 최근 정부는 사채파동으로 인한 기업의 자금사정을 해결해주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모두 4천 8백억원의 자금을 지원할 작정이라 한다. 이러한 자금지원으로 올해 總通貨(총통화)增加(증가)의 上限線(상한선)은 연초에 책정한 22%에서 25%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그간의 通貨指標(통화지표)를 보면 시중의 자금사정을 측정하는 주요지표가 되는 通貨(통화) (현금통화+요구불예금)와 總通貨(총통화)(通貨(통화)+저축성예금)간에 심한 괴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79년 이후 總通貨(총통화)(m2)를 통화정책의 중심지표로 정하고 통화(m1)를 보조지표로 삼고 市中(시중)의 流動性(유동성)을 조절하고 있다. 80년 이전에는 통화와 총통화간의 괴리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으나 불황이 심화되면서 81년 이후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즉 81년에는 통화가 4.7% 증가하였는데 반하여 총통화는 25.2% 증가되었고 금년 4월말 현재 통화증가율은 7.9%인데 총통화증가율은 26.3%나 되는 괴리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괴리현상은 은행에서 풀린 돈이 生産活動(생산활동)에 투입되어 유통되면서 실물경제를 자극하지 않고 다시 은행으로 되돌아오거나 기업의 對(대)銀行(은행)채무상환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더욱이 사채파동 이후 기업의 부도를 막아주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돈을 풀어야 하는 최근의 사정을 감안해 볼 때 앞으로도 총통화와 통화와의 괴리현상은 더욱 벌어질 조짐이다. 따라서 비록 총통화가 증가한다 하더라도 시중의 資金事情(자금사정)은 실물경제를 제대로 움직이게 하기에는 크게 미흡할 전망이다.
  그동안 韓國銀行(한국은행)은 실중분석을 통하여 총통화(M2)가 名目(명목)GNP와의 상관관계와 예취력, 유통속도의 안정성, 통화수요 및 통화乘數(승수)의 예측력 및 統制(통제)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실물경제활동과의 관련도가 통화 (M1)또는 다른 통화지표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우리 실정에 맞는 것은 총통화방식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計量(계량)모델을 이용할 실증분석의 결과가 지니고 있는 의미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과거의 통계수치를 이용하여 얻어낸 지표를 가지고 사채파동 이후의 통화운용기준으로 계속 활용한다면 앞으로의 시중 자금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최고 크게 풀려나간 流動性(유동성)을 다시 거둬들여야 할 下半期(하반기)에 가면 기업의 자금사정도 더욱 가중될 전망이며 總通貨(총통화)增加率(증가율)이라는 하나의 통화관리지표만을 바라보는 정책태도는 실물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위험성이 있다. 그러므로 시중자금사정과 실물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는 통화지표를 함께 읽으면서 돈이 각 부분의 밑바닥까지 고르게 배분될 수 있도록 금융정책을 탄력적으로 펴나가는 정책자세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산과 고용의 증가가 설비투자의 증가로 이어지게 하는 通貨(통화)定策(정책)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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