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안의 못이 흔들리다

몸 안의 못이 흔들리다 구두 굽이 계단을 디딜 때마다 꼬리뼈가 흔들렸다. 걸을 때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기 일쑤였지만 구두는 꼭 신어야만 했다. 달력에 동그라미가 그려진 오늘은 바로 면접날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없이 미끄러지던 서류전형을 처음 통과해 얻어낸 대기업 면접 기회. 중요한 날을 앞두고 하필 어제 꼬리뼈가 다쳤다. 그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도서관 자료실에서 정수기 물을 먹고 내 자리로 가고 있었다. ‘기적의 취업 면접’, ‘면접의 신’ 등 각종 처세술과 회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요량으로 찾은 도서관이었다. 물로 목을 축인 후 의자 쪽으로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밀쳤다.

“잠시만요.”

기둥과 테이블 사이가 매우 좁았고, 나는 그 사이를 지나가던 중이었다. 나는 중심을 잃고 잠시 기우뚱거렸고, 테이블 모서리를 향해 곤두박질치는 엉덩이를 막지 못했다. 열람실의 조용한 공기를 찢어내는 소음이 0.5초 동안 생겼는데, 그것은 평소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고 지냈던 꼬리뼈에서 통증이 느껴지면서, 저절로 입에서 흘러나온 괴성이었다.

나를 밀쳤던 사람은 교복을 입은 학생이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덤덤하게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어폰을 꽂고 있어서인지 내가 지른 소리는 듣지 못한 것 같았다. 학생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더니 나를 향해 걸어왔다.

“잠시만 지나갈게요.”

학생은 사과는커녕 아까 했던 말을 되풀이하고는 내 옆을 지나갔다.

“야, 너 그 말 밖에 할 줄 몰라?”

열람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봤다. 학생은 유유히 걸어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욱신거리는 꼬리뼈를 뒤로하고 학생을 쫓으려 뛰었지만 내 발은 다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엉덩이의 중심에서부터 통증이 온몸으로 뻗어 나가 더 걷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꼬리뼈가 내 몸 안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니. 마치 언제 박았는지 기억나지 않는 못이 벽에서 녹슨 채 붙어 있다가 누군가에 의해 발견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한 못이 지금 덜렁이며 흔들리고 있다.

새롭게 게재한 라유경 작가의 소설은 이번 학기 총6회 연재됩니다.

※ 라유경(문예창작학과 11졸)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2011년 당선 <낚시>
동대문학상 소설부문 2009년 장원 <재채기 연습>
현재 다수의 습작을 하며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신예 소설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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