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책

김시광의 공포영화관
지은이 : 김시광
펴낸곳 : 장서가
13,500원 / 364쪽
중앙도서관 인문과학실
청구기호 : 791.43015 김59ㄱ

중학교 수련회. 무덤을 돌아오는 담력 테스트가 있었다. 무서움을 보태라고 선생님들이 보여준 영화가 스튜어트 고든의 ‘지옥 인간’ 이었다. 연소자 관람불가일 게 뻔했을 영화를 보여준 과격한 교육관은 여전히 의아스럽지만, 공포영화의 거장이라 불리는 스튜어트 고든을 일찌감치 대면케 해준데 대해서는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할지 모를 일이다.

그리 보면 부모님만큼 감사한 분도 없겠다. 초등학교 때 데려간 개봉관에서 눈을 가리는 방해공작을 펼치기도 하셨지만 손가락 사이로 본 영화가 숀 커닝햄의 ‘13일의 금요일’. 해적판 비디오를 항시 비치하셨던 삼촌들 덕분에는 람베르토 바바의 ‘데몬스’ 외 수많은 미개봉 공포영화를 볼 수도 있었다. 급기야 신분증 검사가 소홀한 3류 개봉관을 돌아다니는 일탈 속에서 여러 공포영화를 섭렵하기도 했다.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탄탄히 닦아 놓은 공포영화 마니아로서의 소양 탓인지, 성인이 되어서도 음울하거나 끔찍스럽고, 비현실적이지만 온몸을 사리게 하는 스크린의 어둑한 기운에 큰 매혹을 갖곤 한다.

‘김시광의 공포영화관’은 “나는 공포영화를 좋아한다”고 당당히 외치는 투의 영화감상 연대기다. 공포영화를 즐기는 희귀인으로서 갖게 되는 고충과 더불어, 그간 섭렵했던 1,000여 편 이상의 영화감상을 토대로 공포영화와 감독 또 그 주변 이야기를 소개한다. 단순히 영화 몇 편에 대한 리뷰 정도의 수준이 아닌 건, 각각의 영화가 갖는 영화사적 위치나 의의에 접근하는 작가의 전문가적 식견 때문이다. 장르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과 노력으로 갖춰졌을 작가의 식견은 전문적인 평론가를 무색케 할 만큼 진지하다. 그래서 ‘공포영화관’은 공포영화에 대한 입문서일수도, 기존 마니아들의 자기결속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지침이 될 수도 있다. 또한 무언가에 진득이 빠져버린 한 인간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긴 수필 한편일 수도, 공포 장르의 유명감독과 영화에 대한 참고 서적이 될 수도 있다.

사실... 겁이 많다. ‘주온’의 가야코가 뼈를 뒤틀며 움직이는 장면에서는 눈과 귀를 막지 않을 도리가 없었고 ‘기담’은 눈 뜨고 본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이니 말 다했지. 그럼에도 언제적부터 시작했을 공포영화에 대한 끌림은 지고지순 유지되고 있으니 스스로를 돌아봐도 일종의 아이러니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작가가 언급한 대로, 너무나 겁이 많은 내 자신의 변호를 위한 본능적인 방어기제의 연장선일 수도 있겠지만.이런저런 거 다 접어두고 공포영화에 대한 애정을 당당히 밝히는 열혈 마니아 뒤편에 슬며시 붙어 서서 나 또한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위안, 동지의식(?)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나도 공포영화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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