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끝날 것 같지 않던 수습기자 생활에 조용히 마침표를 찍는다. 스스로 기자라 부른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니 놀랍고 감개무량하다. 어릴 적부터 기자가 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으니, 순수했던 ‘고딩’ 시절의 로망은 제법 이룬 셈이다.

그때는 기자를 동경했고 별 고민 없이 동대신문에 지원해 꿈에 그리던 수습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동대신문사 기자로 일한다는 것은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게 없었다.

하지만 남다른 선택에 따랐던 책임감의 무게는 상상했던 것보다 무거웠다. 기사쓰기, 보도사진 찍기 등 교육을 받았지만 스스로 체득해야 하는 일이 훨씬 많았다. 인터뷰를 다녀온답시고 취재원의 이야기를 듣고 오기만 했다. 다양한 대중의 눈높이를 아우르는 기자다운 시각은커녕 일반 독자의 평범한 물음조차도 이해하지 못할 때 자괴감이 들었다.

얄팍하던 기자수첩이 점점 두툼해질수록 다행히 기자 생활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정신없이 출입처를 돌아다니다 보니 아는 것도 많아졌다. 여전히 실수가 많고 서툴지만 이런 비틀거림도 이제는 익숙하다. 지금 실수를 두려워한다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이제 수습기자의 땀과 고민이 담긴 수첩을 덮고, 새 기자수첩을 받는다. 어깨가 무겁다. 정기자 김현수의 기자수첩은 더 두껍고 줄 간격도 좁은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 본다. 어떤 이야기가 수첩에 펼쳐질까? 누구의 목소리가 담길까? 어김없이 너덜너덜해질 기자수첩을 생각하며 다시 수첩을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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