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교수

일본의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의 “거리로 나온 넷우익”(김현욱 옮김, 후마니타스)은 재특회(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를 속속들이 파헤친 르포이다. 재특회는 재일교포가 특권을 갖고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재일교포들에 대해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나 증오표현(hate speech)을 해대는 집단이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충격은 “재특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일 것이다.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다.” 예의바르고, 가정과 직장에서는 성실한 보통사람들. 그들이 거리에서는 표변(豹變)하여, 욕설과 증오를 쏟아놓는 것이다. 재특회도 평범한 이웃이지만, 더 무서운 것은 그러한 평범한 이웃을 떠받치고 있는 이웃들 역시 우리 곁에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평범한 일본인들이 성금을 보내고, 재특회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증오표현은 잘못이지만, 그들의 주장은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어쩌면 그런 분일지도 모르는 40대 남성을 만났다. 고치시의 오대산 죽림사 정류장에서였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일본과 한국이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전제한 뒤에 하는 말이 충격이다. “한국사람들, 일본사람들 너무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어쩌면 지금 우리는 서로 선입관을 축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정형화된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두려워하고, 그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대를 공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내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일의 네티즌(젊은이)들은 오랜 전부터 인터넷의 번역프로그램을 통해서 서로에 대한 증오와 욕설을 교환해 왔다고 한다.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탈(脫)육체의 언어가 어떻게 비극을 창조해 내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한일 젊은이들은 가상공간에 숨어서가 아니라, 실제로 육체와 육체가 만나야 한다. 육체라는 언어로서, 서로를 말하고 서로를 알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서로에게 입력되어 있는 이미지를 수정해 갔으면 좋겠다. 서로 미워하기 전에, 욕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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