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력’ 찾는 풍조 개선돼야

과대선전, 消費者(소비자) 호기심 유발시켜
生態系(생태계) 보존 위한 當局對策(당국대책) 절실해


  健康(건강)과 長壽(장수)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본능에 가까울 정도로 집착이 강하다.
  ‘몸이 튼튼하고 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社會(사회)는 자연히 건강하게 된다. 때문에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든지 건강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며 우리나라에도 예외는 아니다.
  70년대 이후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상업화와 물질화 그리고 심한 공해로 전에 없던 갖가지 병이 발생, 정부는 정부 나름대로, 기업은 기업 나름대로, 개인은 개인 나름대로 국민건강, 사원건강, 개인건강에 신경을 써 왔다. 
  그러나 健康(건강)에 대한 잘못된 認識(인식)으로 유발된 사회적 병폐 도한 적지 않다. 그중 하나가 소위 ‘健康食品(건강식품)’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으로 인한 혼란이다.
  인스턴트 食品(식품), 화공 食品(식품) 등에 시달려 현대의 가장 위대한 信仰(신앙)이라는 科學性(과학성)마저도 不信(불신)하게 된 허약한 현대인 앞에 무공해식품이라고 나타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악기까지 불며 장마다 떠돌던 떠돌이 약장수를 믿지 않던 사람들에게 이상할정도로 이 건강식품은 잘 빨려들어 갔다.
  이런 식품들이 물론 옛날부터 이용이 안 된 것은 아니다. 다만 애용되지 않던 것들이 여관, 술집이 즐비한 골목이나 상지대 여기저기에 버젓이 자리 잡게 된 것은 市民(시민)들의 소득 증가로 생활에 여유가 생기던 70년대 후반의 일이다.
  사람의 건강을 위해 나타난 이른바 건강식품은 무려 40여종에 이르고 있다. 졸지에 ‘땅속의 龍(용)’이 된 지렁이, 굼벵이, 뱀, 개구리, 선인장의 일종인 알로에 베라, 천연꿀과 과일에서 추출해낸 과당의 일종인 다이어트린과당 해저 1천m의 심해어(深海魚)인 날상어의 간에서 추출해냈다는 스무알렌, 해조 녹조류에 속하는 플랑크톤으로 제조한 스피투리나, 과실‧약초‧꿀근채 등 39종류의 원재료에 순수 단백질류 비타민 녹말 등이 혼합 제조됐다는 현미효소 등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식품들은 대부분 ‘어떤 곳에도 다 좋은’ 만병통치약으로 과대선전되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시켰다.

  健康食品(건강식품)이 社會文化(사회문화)를 저속화시키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건강식품이 범람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소비자들의 長壽(장수)에 대한 집요한 욕구이다. 오래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기묘한 습관을 만들어 놓았다.
  요즈음 건강을 찾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중·상류층의 사람들이라고 한다. 허약한 체질보강을 위해 찾는 사람도 적지 않으나 극단적 쾌락주의를 위해 몰려드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精力(정력)’, ‘回春(회춘)’등을 탐하는 몰지각한 소비자들의 사치스런 소비풍조는 건강식품 뿐만 아니라 여관, 술집, 사우나탕, 안마시술소 등이 서울 곳곳에 빽빽이 들어서게 만들어 급기야는 ‘즐기자’ 식의 향락도시로 만들어버렸다. 나이에 맞는 뚜렷한 人生觀(인생관)이나 價値觀(가치관)은 찾아볼 수도 없고 분수에 맞지 않게 젊음의 쾌락이나 탐하려하는 부류가 급증하고 있다. 그들의 건강식품공급을 위해 매서운 추위에도 손등에 피 흘리며 언 땅을 파는 가난한 농민을 생각한다면 그런 몰지각한 사치와 허세는 없어질 것이다.
  건강식품을 찾는 소비자들 가운데 또 주목되는 것은 근래 들어 여성소비자들이 현격하게 증가되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만해도 20~30%에 지나지 않던 여성소비자가 50%를 웃돌고 있다고 한다. “여자들은 美(미)라면 안 찾는 게 없다”고 某氏(모씨)가 야유를 퍼부었듯이 美(미)를 위한 것이라면 지렁이나 뱀, 굼벵이도 서슴지 않고 입에 넣는 여성소비자들도 ‘외형적인 美(미)’가 전부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 품위와 지성을 갖춘 ‘기본적인 여성다움’을 지킬 줄 아는 바람직한 여성상을 정립해야 한다.
  한편, 무분별하게 닥치는 대로 지렁이, 뱀, 개구리, 굼벵이 등을 잡아 나타난 현상중의 하나는 멸종되기 직전에 이른 생태계의 적신호다.
  천적이 소멸되고 토지가 산성화되어 결국 생태계가 무너져버리면 그 영향은 인간에게 직접 돌아와 생태계와 똑같은 파멸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는 누구도 감히 말할 수가 없다. 회기동 부근의 D건강원을 찾은 李(이)모여인은 “생태계보존을 위해서는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그 일을 않고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도록 정부가 기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준 다음 그들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미적지근한 사고를 하루빨리 없애버리고 자연의 보호가 종국엔 인간의 보호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행해지던 야만스런 행위를 일소해야 한다.

  健康食品(건강식품)으로 인한 사회문화의 저속화에서 소비자, 공급자와 더불어 빠질 수 없는 것이 악덕판매자들이다.
  ‘조금이라도 더 팔기위해’ 과대한 선전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그들의 양심은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두통에서부터 기미제거에 이르기 까지 60여 가지의 유효성분을 나열해놓는다든지 외제선호사상에 물들어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 선전팸플릿에 ‘수입완제품’, ‘○○나라 제법특허’ 등을 크게 인쇄해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얕은 감각을 자극한다.
  수입자유화정책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온 대부분의 건강식품은 이미 외국에서 효능이 입증되지 않아 ‘한물간’것인데도 판매자들의 장사수완으로 ‘신비의 영약’으로 둔갑을 해버린다.
  ‘외제뱀’ ‘외제 개구리’ ‘외제 선인장즙’ 등 외제 건강식품의 수입액은 무려 2백 70만달러를 훨씬 넘어섰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늘 뒤쳐져 있으면서도 심지어는 ‘먹는 것’에서까지 약소국임을 드러내고 떠벌리는 한심한 행위가 돼버렸다.
  ‘수준 높은 문화’는 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良識(양식)과 自覺(자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외제건강식품의 수입을 억제하고 시가지의 뱀집, 보신탕집을 없애는 정책에서 그치지 말고 소비자, 공급자, 판매자들에 대한 올바른 계몽과 지도의 정부역할도 매우 시급한 때이다.
  ‘마음이 바탕 되어 마음이 뜻하는 것이 行(행)이 되고 行(행)이 하는 일이 命(명)이 되니 어질고 어리석음이 行(행)에 있고 오래 살고 일찍 죽음이 命(명)에 달린 것이다’(佛經(불경)의 한 구절)
  건강과 장수에 대한 집요한 욕구는 오히려 사람을 천격스럽게 만든다. 육체적인 건강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으로 만연된 ‘건강식품의 迷信(미신)’으로부터 벗어나야 하겠다. 지금부터라도 건강한 시민이 사는 건강한 서울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