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點(학점)이 부족해서 올 봄에 졸업하지 못하는 學生(학생)이 이번에도 또 나왔다. 특히 專攻科目(전공과목)의 學點(학점)이 모자라니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다. 4년 동안에 일신상의 不得已(부득이)한 일로 定期試驗(정기시험)을 闕(궐)하였거나 또는 長期缺席(장기결석)을 해서 學點(학점)이 모자라니 사정을 參酌(참작)하고 싶은 심정이야 學生(학생)들보다도 敎授(교수)들의 심정이 더 크리라. 그렇다고 제대로 履修(이수)하지 않았던 科目(과목)에 慈悲心(자비심)을 베풀어 學點(학점)을 준다는 것도 생각할 문제다.
  온 겨울 冷氣(냉기)가 감돌았던 연구실에도 2월 중순이 넘어서부터는 제법 훈훈한 김이 돌기 시작하고 있다. 창 넘어 보이는 남산에 아직 흰 눈이 군데군데 쌓여는 있으나 푸른 하늘은 벌써 겨울의 하늘은 아니다. 며칠이면 이 남산의 기슭에서 4年(년)간 자라난 우리學生(학생)들이 제각기 卒業狀(졸업장)을 들고 이 남산을 떠나간다. 그러나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K군이랑 P군이랑 몇몇 學生(학생)들의 얼굴이 흰 구림이 떠있는 남산 위 푸른 하늘에 떠오르기만 한다. 한두 科目(과목)의 不足(부족)으로 卒業(졸업)하지 못하게 되는 그 미련을 여지없이 粉碎(분쇄)시키고 無慈悲(무자비)하게도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懇曲(간곡)히 타일렀을 적에 순진한 두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커다란 눈방울로 적셨던 그 볼이 아른거리기만 하는 것이다. 기쁨을 함께 나누어 주지 못하고 무슨 司法權(사법권)이나 행사한 것 같아서 내내 마음이 편치 못하다. 나이 지극한 큰 사람들이 한 개 無力(무력)한 敎授(교수)의 司法權(사법권) 아닌 司法權(사법권)에 눈물로 順從(순종)하여 준 것만이 유일한 위안이라고나 할까? 비록 앞으로 半年(반년) 늦게 교문을 떠나더라도 그들에게 누구보다도 더 祝福(축복) 깃들기를 비는 마음 더 간절하다. 卒業式場(졸업식장)에라도 참석시키고 가운도 입히되 條件附(조건부) 卒業證書(졸업증서)를 수여하는 假(가)卒業(졸업)을 시켜 좋아하는 삶으로부터 祝福(축복)을 받도록 해주고도 싶으나 이것 역시 눈가림 格(격)인 詐欺(사기)와 다를 것이 못된다. 半年間(반년간) 緘口(함구)를 하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卒業(졸업)때가 될 때마다 언제나 이런 假卒業(가졸업)의 절차를 생각도 해보지만, 언제 이런 생각을 하지나 않게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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