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 민속체전을 보고


‘쇠머리대기’ 등 민속놀이 큰 성과
당국의 비협조로 아쉬움 남기고
 

서울 캠퍼스

  東國人(동국인)의 용맹정진 기상을 힘껏 발산시켰던 ‘백상민속체전’이 지난달 26일 대운동장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총학생회 부활 이후 처음 치러진 거교적인 체육행사인 이번 체전은 예년의 경기위주 행사에서 탈피, 작년에 이어 두 번째의 ‘민속체전’이라는 데 그 의의가 컸다고 하겠다. 이번 체전에서 나타난 문제점으로는 학교당국의 비협조로 행사전날까지 체전집행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는 점이다.
  결국 체전예산이 나오질 않아 어렵게 행사를 마련해야 했었고, 26日(일) 행사에 대한 휴강결정도 전날 정오 학처장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등 학생들은 강의 여부에도 부담을 가져야 했다.
  이 같은 학교당국과 학생측과의 불협화음은 누구의 잘못이라고 단정 짓기 이전에 형식뿐인 자율화에 기인한 것으로 학교당국이 자율권을 가져야만 실마리가 풀려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체전기념행사(전야제)
  백상민속체전을 기념하는 전야제 행사가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 주최로 각각 24∙25日(일) 양일간에 걸쳐 교내일원에서 열렸다.
  총여학생회 주최로 열린 ‘초청강연회’는 24일 오후 3시 학림관 소강당에서 학생 1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1부에서는 ‘분단 40년’이란 주제의 슬라이드 상영이 있었고, 2부 초청강연회에서는 이미경(여성평우회 대표) 씨의 ‘분단시대의 여성현실과 여성운동’이란 주제 강연이었다.
  이날 강연에서 이미경씨는 “이 땅의 여성은 비민주적 권력구조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첨예하게 억압당하고 있다”며 “장시간 저임금 노동력으로 착취하는 국가정책과 사회구조에 의해 남녀불평등과 빈부의 차이는 더욱 심화된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5시에는 총학생회 주최로 ‘생명해방제’가 2백여명의 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불상앞에서 있었다. 이 행사는 ‘민중불교운동연합회’ 회원이 출연 범패식과 마당놀이가 어우러진 한마당으로 승무의 일종인 나비춤 바라춤 등을 선보였고 이어 ‘산자들의 해방’이란 마당극이 열렸으며 오후 7시 봉송을 마지막으로 행사를 모두 마쳤다.
  이 兩大(양대) 행사에서 나타난 현상으로는 참여 학생이 여느 행사처럼 적었는데 이는 주최측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받아 미처 홍보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남는다.
  총여학생회 주최행사는 여학생들만의 행사로 인식된 탓인지 홍보는 했지만 널리 알려지지 못했고, 총여학생 주최 행사는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홍보가 어려웠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학생의 날’ 기념 강연회 등 학생주도의 행사가 정부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는 것을 정부는 자체의 모순을 숨기기 위해서 자율화 이후 암암리에 취해 온 ‘사후징계수단’에서 ‘사전저지술책’으로 그 양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일들이 계속된다면 자율화는 무너지고 압력에 의해서 학생활동마저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

◇백상민속 체전
  이번 체전은 지난해에 시도된 민속체전 형태와 유사하게 치러져 승부집착행사이기 보다는 많은 학생들의 참여위주로 치러졌다는데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체전은 동국인 전체적인 행사라기보다는 학생들만의 행사로 보였다. 이는 이번 체전행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학교당국의 대부분 보직교수들이 불참한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뎌잡이굿(개회식)은 오전 10시에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학생들이 많이 모이지 않아 한 시간이나 지연되어 시작됐다. 이로 인해 민족통일 마라톤경기와 축구 결승경기가 겹쳐져 마라톤 골인지점이 대운동장에서 코끼리상 앞으로 옮겨지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오전에는 민족통일마라톤, 축구결승, 널뛰기, 윷놀이, 제기차기, 씨름, 팔씨름, 바구니 터뜨리기 등의 행사가 벌어졌는데 짧은 준비 일정이 보여주듯이 행사에도 미숙한 점이 없지 않았다.
  마라톤은 3백여명이 참가하여 남산순환도로 코스를 달렸는데 주영내(경영1)군과 강주연(물리2)양이 각각 남녀부 1위를 차지했다.
  축구는 예선전을 거쳐서 결승에 오른 법정大(대) 팀과 야간강좌팀이 격돌, 야간강좌팀이 후반종료 4분을 남기고 결승골을 터뜨려 우승을 했다.
  한편 축구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본부석 좌측 스탠드 아래에서는 씨름, 윷놀이, 제기차기, 널뛰기 여자팔씨름 등의 행사가 준비됐으나 이중 일부 행사는 신청 팀이 절반도 참가하지 않아 즉석에서 신청자를 받는 촌극을 벌였다.
  이번 체전은 이처럼 대부분의 행사가 민속놀이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널뛰기에서 우승한 이재숙(영문 3) 양은 “경쟁자가 없었다. 아무리 사라져가는 전통이라 할지라도 너무 널을 못 뛰는 학우들이 안타까웠다”라며 잊혀져가는 전통민속놀이를 아쉬워했다.
  오후에는 차전놀이와 쇠머리대기, 강강술래 등의 행사가 벌어졌다.
  차전놀이는 오후 2시부터 민족해방패(불교대∙문과대∙이과대∙경상대∙농과대)와 민족통일패(법정대∙공과대∙사범대∙야간강좌) 등 두 패로 나뉘어 시작, 두 패가 맞붙어 싸우다가 10여분만에 민족해방패가 승리했다. 차전놀이가 끝난 다음에는 쇠머리대기가 벌어졌는데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이 쇠머리대기는 영산지방의 고유 민속놀이를 재현시킨 것으로 5백여명의 각 패 학생들이 가로 10m, 높이 8m의 나무로 만든 쇠머리를 공대 앞에서 옮겨와 쇠머리대기 경기를 펼쳐 민족통일패가 승리를 거뒀다. 이번 체전 중 차전놀이와 쇠머리대기에는 많은 학생들이 참가했는데 ㄱ과 ㅎ군은 “어우러진 함성과 행진속에서 동국인의 대동단결을 느꼈다”고 그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한편 운동장 좌측에서는 농대 학생들의 막걸리 마시기와 엿치기가 벌어졌는데 막걸리 마시기 시합은 우리학교 전통행사로 전해 내려오다가 83∙84년에만 사라졌다가 올해 다시 부활되었다.
  이는 2인 1조가 되어 막걸리를 마시는 경기로 마시는 즉시 토하는 모습들을 보이기도 해서 관객들의 흥미를 자아냈다.
  민속체전의 마지막 행사인 강강술래에는 총 3천여명의 학생이 참가,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강강술래는 원래 여자들만이 하는 놀이지만, 이날은 남∙녀 구분 없이 참가하여 등밟기 해방춤으로 이날 행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백상민속체전은 고유민속놀이를 많이 만들어 잊혀져가는 민속을 일깨우는 등 행사의 계몽적인 측면과 일체감을 줄 수 있는 측면 모두가 일단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학교당국의 비협조로 공식적인 행사가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개회식에 총장∙부총장 등이 불참했는가 하면 교직원들도 일부 관계자만이 참석하였는데 ㅊ과 ㅎ군은 “본부석에 전화까지 설치, 전화통화만 계속하는 직원이 보기 안됐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또한 식이 끝난 후 오후 7시경 1백여명의 학생들은 본관 앞에 모여 20일 있었던 교직원∙학생마찰에 대한 학교측의 ‘공식 사과문’ ‘백상민속체전이 공식적 행사가 될 수 없었던 이유’ 등의 답변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학교당국은 “지난 20일 총학간부들을 교직원들이 해산시킨 것은 학생들이 그날 오후 10시 30분까지 나가지 않으면 경찰이 들어와 진압하겠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었다”고 말하고 “백상체전은 공식적인 행사로 학교측에서는 인정하나 외부에서는 비공식적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어두운 대학 현실이지만, 학교측의 답변은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일을 했느냐에 따라서 그 답변의 내용을 판가름할 수 있겠다.
  학생과 학교당국과의 계속되는 불신은 학교발전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東國人(동국인) 모두가 외부간섭을 배제하고 내실을 위한 노력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경주 캠퍼스

  慶州(경주)캠퍼스 사상 최악의 사태를 초래한 이번 체전은 총학생회 부활 이후 처음 맞은 체전이란 의미를 무색케 하기에 충분, 근본적인 대안수립을 요구케 했다.
  문제가 된 25일 사태(?)를 시간별로 살펴보면 오전 9시 20분 첫 경이가 시작되기 전 ㄱ科(과)가 전날 있었던 축구경기의 판정에 불복, 운동장을 점거, 농성에 들어가면서 비롯됐다.
  ㄱ과의 농성이 채 풀리기도 전에 야구경기 판정에 불복하며 ‘학생기만 체전’ ‘무능력한 집행부 사퇴하라’는 플랜카드를 앞세운 O과의 시위농성이 줄을 이었고 O과가 운동장을 물러선 후 ㄱ과의 재경기가 벌어져 문제해결의 기미가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두 번째 경기인 ㄱ과와 ㅁ과의 축구경기에서 승부킥 판정에 불복한 ㅁ과가 운동장을 점거함과 동시에 O과가 또 다시 운동장을 점거, 시위에 들어가는 혼란을 빚었다. 이와 동시에 인연게임에서도 ㅎ科(과)의 항의가 잇따르고 O科(과)는 단상을 뒤엎는 등 소동(?)이 벌어지자 오후 4시 20분경 체전 중단발표와 함께 총학생회장의 사퇴발표가 있었다.
  이같은 사태는 체전 자체의 문제에기보다는 총학 부활 이후 전체 학생의 衆意(중의)를 수렴하지 못한 채 불신감만을 사 온 총학측에 우선의 책임이 있다고 보아진다.
  다시 말해 현실에의 무감각과 고루한 행사의 답습이 그것이며 학생 자신들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는 그처럼 불신했던 총학이라면 체전 이후 탄핵이라는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야 했으며 그것이 아닌 단순한 판정불복이라면 행사 자체의 보이콧으로 끝나야 했었다. 더군다나 운동장을 점거하면서 他(타)행사진행에 피해를 준 것은 자기중심 사고의 발로이며 知性(지성) 자체를 거부한 것이 된다.
  한편 25일 이후 사태수습을 위해 총학측은 26일과 27일 잇달아 회의를 열어 오는 4, 5 양일간 체전경기를 속개키로 결정하는 한편 이의 마무리와 함께 총학생회장 사퇴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이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지금 중요한 것은 오는 4, 5일의 백상체전이 아니라 총학생회장 사퇴 이후 오게 될 학생활동 공백에 대해 슬기롭게 대처하는 일이 될 것이다.
  아무튼 4, 5일 속개도리 체전은 사태수습이란 의미에서 보다 질서 있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총학생회 사퇴 역시 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게끔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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