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무더운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왜 불을 피워놓고 즐거워하는 것일까? 오랜만에 교외로 나온 기쁨 때문일까? 친구 녀석들은 술에 취하고 이야기에 취해버렸다. 달도 없는 그믐날 淸平(청평)의 밤은 모닥불처럼 익어간다.
  프로메테우스는 人間(인간)에게 불을 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의 膳物(선물)을 받은 나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
  現代(현대)의 불은 神(신)이 人間(인간)에게 선물한 불의 意味(의미)를 이미 잃어버렸다.
  都市人(도시인)들은 모닥불보다 60촉짜리 백열전등을, 혹은 화려한 샹들리에를 생각한다. 거리에 明滅(명멸)하는 네온사인을 생각하고 疾走(질주)하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를 생각한다. 캠프파이어때도 石油(석유)를 뿌리고 담뱃불을 붙이는데도 가스라이터를 써야만 都市人(도시인)이고, 現代人(현대인)이요, 文明人(문명인)이란다.
  물론 극도로 기계화된 現代社會(현대사회)에서 最大限(최대한)으로 便利(편리)한 方法(방법)을 추구한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옛것을 이렇게 無情(무정)하게 저버릴 수 있을까? 갈기갈기 찢긴 溫故知新(온고지신)이란 熟語(숙어)가 감청색 밤하늘에 飛翔(비상)한다.
  이처럼 쇠잔해가는 原始(원시)의 불은 이미 人間(인간)의 손에 의해 무덤 속에 매장되어 있다. 그러나 간교한 人間(인간)들은 편리하게도 무덤을 파헤쳐 原始(원시)의 불을 유린하고는 또다시 죽음을 强要(강요)한다.
  지금 타오르고 있는 저 불에서도 흙냄새가 물씬 풍긴다.
  불 - 原始(원시)의 불앞에서는 어느 人間(인간)도 거짓될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人間(인간)들은 불을 媒介體(매개체)로 하여 神(신)에 접근한다.
  이따위 넋두리를 늘어놓으며 불을 보고 있다.
  “그것은 모두 <나>라는 人間(인간)의 自己完成(자기완성)을 도와주었다. 모순된 현실로 부터의 탈피-알에서 깨어나기 위해 알의 껍데기를 깨고 있는 나를 도와주었던 것이다.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에서 에밀·싱클레어는 精神的(정신적) 방황을 거듭하다가 피스트리우스를 만난다. 그는 피스트리우스를 通(통)하여 불을 알게 되고 또 불을 통하여 그가 追求(추구)하고 있던 神(신) ‘아프락사스’에 接(접)한다.
  이렇게 불은 神(신)과 人間(인간)과의 媒介體的(매개체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나는 방황하는 것인가? 이러한 의문이 불그림자와 함께 스쳐갔다.
  기타소리에 맞춰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며 젊음의 裸身(나신)으로 춤을 춘다. 불에 의해 原始(원시)의 감정을 되찾은 젊음은 춤을 춘다. 인간의 純粹(순수)함을 되찾으려는 몸부림일까? 그들은 가식적인 人間(인간)의 탈을 벗어 불속으로 던져버린다. 이것은 불만이 북돋워 줄 수 있는 勇氣(용기)이다.
  노랫소리가 불길에 휩싸여 타오르고 있다. 얼굴도 강물도 타오르고 있다.
  불꽃송이가 하늘로 솟아오른다.
  불꽃에 人間(인간)은 박수를 친다. 갑자기 祝祭(축제)때의 불꽃놀이가 눈앞을 스쳐간다.
  불꽃놀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현대인에게는 그 불꽃놀이 뒤에 더 짙은 암흑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맹점이 있음은 이미 ‘막스·밀러’가 지적한 바이나 그보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인간이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듯 볼에도 색깔을 칠해버렸다는 것이다. 이것은 神(신)에 대한 용서받지 못할 반역이다. 그러나 人間(인간)은 改革(개혁)이니, 創造(창조)니 하는 편리한 이름을 내세워 神(신)에 對(대)한 반역을 正當化(정당화)한다.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마지막 기운을 다하듯…
  불이 타고 있는 時間(시간)은 비록 짧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시간에 神(신)과 接(접)하거나 영원한 眞理(진리)를 把握(파악)한다면 그 時間(시간)은 결코 짧은 것이 아니리라.
  불이 스러져간다.
  몇 해 전 病(병)으로 죽어간 친구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 녀석은 나를 가끔 공동묘지로 초대한다. 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는 무덤속에 있다. 그는 불이다. 강제로 매장당한 불.
  이 불이 꺼지면 다시 암흑이 오리라는 당연한 사실에 몸을 떤다.
  -올 여름엔 불과 함께 지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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