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나 만나지 못하였던 친구가 갑자기 해질 무렵에 찾아온다. 문을 열어 그를 맞아들이고 배로 왔는가, 육로로 왔는가 하는 것도 묻지 않고 침대나 평상위에서 좀 쉬라는 말도 하지 않고 먼저 거실로 가서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소동파의 부인처럼 듬뿍 술을 사주지 않겠소’라고. 그러면 아내는 기분 좋게 금비녀를 뽑아서 ‘이걸 팔지요’라고 말한다. 우선 사흘은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야밤중에 누군가 먼 곳에서 나를 생각하고 있는 것같이 느껴진다. 다음날 나는 그 사람을 방문한다. 그 집에 가서 거실을 보니 본인은 남쪽을 향해 책상 앞에 앉아 무엇인가 기록을 읽고 있다.
  내 모습이 눈에 띄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소매를 잡아 거기에 앉히고는 ‘마침 잘 왔으니, 이걸 한번 읽어 보게’라고 말한다. 이리하여 벽에 비친 햇살이 사라질 때까지 즐겁게 담소한다. 이윽고 친구는 공복을 느낀 모양으로 내게 조용히 말한다. ‘자네고 시장하지’라고.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우연히 가방 속에서 옛 친구의 자필로 된 편지를 발견한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나그네가 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다. 그립던 성문이 보이고, 강 양쪽 언덕에서 여자들과 어린 이들이 제 고향 말씨로 지껄이고 있다.
  나는 성인군자가 아닌 만큼, 不善(불선)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밤중에 뭔가 불선한 일을 행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그로 말미암아 매울 불유쾌하다. 그때 문득 생각나는 것은 ‘불선을 숨기지 않는 것은 참회하는 것과 같다’라는 불교의 가르침이다. 그래서 나는 미지의 사람이거나 옛 친구이거나 사간에 신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불선을 말한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 몇몇 절은 어느 중국인 문필가가 열거한 <유쾌한 한때>라는 38절의 일부분이다. 이 얼마나 유쾌한 인생의 진실인가. 어쩌면 이렇게 관능적일 수 있는 정신인가.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나서 안락의 자에 기대앉았을 때도 가장 유쾌한 인생의 진실인가. 어쩌면 이렇게 관능적일 수 있는 정신인가.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나서 안락의 자에 기대앉았을 때도 가장 유쾌한 인생의 진실을 만끽할 수 있다. 무엇이 가장 행복한 인생이고 어떤 것이 가장 유쾌한 생활일까를 그렇게 추상적일 필요 없이 찾아보는 것도 무척이나 상쾌한 일일 것이다. 주변에 즐겁게 생활을 정신적인 의미로 혹은 육체적인 의미로, 육체적인 세계로 굳이 구별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하고 쉬운 일일까.
  아이들이 옹기종기모여 지껄이는 것을 듣는 것이 얼마나 유쾌한 일이겠는가. 어떤 처녀가 좋은 의상을 입었을 때에 보다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유쾌한 일인가. 이 얼마나 진솔하고 명료한 일인가.
  노랗게 피어난 개나리가 탐스럽게 젖어들어 차분한 기분으로 마음이 평온할 때 태양다방을 찾곤 하는 것이 최근의 유일한 즐거움이다. 한보따리 책과 한줌의 원고지를 들고 좁은 계단을 올라 다방에 올라서면 무엇보다도 먼저 꽃다운 레지 아가씨들이 활짝 웃음으로 맞아주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낮게 흐르는 음악이 어쩌면 그렇게 평화스러운지 모른다. 다정한 친구들이라도 만나면 굳이 우겨서 이 태양다실로 데려오고 싶다. 나의 따뜻한 文友(문우)들의 깨끗한 시로 소담스럽게 장식도 해놓고 누구라도 정답게 초대하고 싶다. 스물두개의 테이블에 따끈한 커피를 한잔씩 대접하고 꿈에 넘치는 시심을 담아 가득히 文友(문우)들을 초대하고 싶다. 어쩌면 욕심을 부려 재미나고 소중한 시화전이나 아니면 푸짐한 시낭독잔치라도 열어보고 싶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정을 두고 찾아올 것만 같다.
  彼采葛兮(피채갈혜).
一日不見(일일불견) 如三月兮(여삼월혜).
  彼采蕭兮(피채소혜).
一日不見(일일불견) 如三秋兮(여삼추혜).
  彼采艾兮(피채애혜).
一日不見(일일불견) 如三歲兮(여삼세혜).
칡 캐러 가세.
하루를 못 보면 석 달이나 된 듯.
쑥 캐러 가세.
하루를 못 보면 세 가을이나 된 듯.
약쑥 캐러 가세.
하루를 못 보면 삼년이나 된 듯.

  태양다실을 드나드는 생활의 유쾌함은 차라리 연인과의 사랑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봄을 시새우는 거친 바람에 흔들리는 마음으로 태양다실을 찾는 것도 얼마나 유쾌한 일인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무료하지 않게 담배 연기의 하늘거리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얼마나 유쾌한 일이겠는가. 지긋하신 어른께서 귀여운 레지 아가씨와 짓궂게 장난을 치는 것을 재미나게 바라보는 것도 얼마나 유쾌한 일이냐. 가끔 그녀들의 통통하게 살찐 종아리를 보면서 육감적인 사랑을 느끼면서도 도대체 부끄럽지 않은 것이 얼마나 유쾌한 일이냐.
月出皎兮 佼人僚兮(월출교혜 교인료혜)
舒窈糾兮 榮心悄兮(서요규혜 영심초혜)
月出晧兮 佼人懰兮(월출호혜 교인류혜)
舒懮受兮 榮心怪兮(서우수혜 영심괴혜)
月出照兮 佼人燎兮(월출조혜 교인료혜)
舒夭紹兮 榮心慘兮(서요소혜 영심참혜)
  달이 떠 환히 비치니 아름다운 님의 얼굴 떠오르네.
  아리따운 그대여, 마음의 시름 어이하리.
  달이 떠 희게 비치니 아름다운 님의 얼굴 그립네.
  얌전한 그대여, 마음의 시름 가이없네.
  달이 떠 밖에 비치니 아름다운 님의 얼굴 보는 듯.
  몸매 고운 그대여, 마음의 시름 전혀 없네.
  하루가 늦어지면서 달이 하얗게 밝은 밤에 조용히 회억에 젖어들 때면 얼른 태양다실로 달려간다.
  식구끼리 모여 일정한 목표가 없는 청담이 이이야기에서 저 이야기로 밤을 지새우며 경쾌하게 옮겨져 화제에 꽃이 피고, 몸도 마음도 천하태평이면 이 또한 얼마나 유쾌한 일이냐, 아침에 무쳐 먹을 냉이가 억지로 한 접시는 될 거라는 어머니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는 것은 또한 얼마나 유쾌한 일이냐.
  衡門之下 可以樓犀(형문지하 가이누서)
  泌之洋洋 可以樂飢(비지양양 가이낙기)
  豈其食魚 必河之魴(기기식어 필하지방)
  豈其取妻 必齊之美(기기취처 필제지미)
  豈其食魚 必河之鯉(기기식어 필하지리)
  豈其取魚 必宋之子(기기취어 필송지자)
  오막살이 집일망정 다리 뻗고 살리로다.
  샘물이 넘쳐흐르니 주림은 면할 수 있는 것.
  어찌 고기를 먹는데 꼭 황하의 방어라야 만 할까.
  어찌 장가를 드는데 꼭 제나라 강씨네 딸이어야 할까.
  어찌 고기를 먹는데 꼭 황하의 잉어라야만 할까.
  어찌 고기를 먹는데 꼭 황하의 잉어라야만 할까.
  어찌 장가를 드는데 꼭 송나라 자씨네 딸이어야 할까.
  넓지 않은 실내를 알맞게 가로지르는 어항속의 꼬마 열대어들은 깜짝깜짝 놀래주는 것은 얼마나 유쾌한 일이냐. 긴긴 봄날을 이기지 못하여 친구들과 발갛게 술을 밝히고는 여기에 와서 뜨거운 커피로 가슴을 다리는 것은 또한 얼마나 유쾌한 일이냐. 매에매에 사슴들이 울며 들의 쑥을 뜯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저 중국인의 한말을 하나 더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유쾌한 일이냐.
  초원에 불이 붙어 타고 있는 것을 바라본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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