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당해봤어?’라는 책이 있다. 언론의 선정적 편집, 편파적인 취사선택, 허위보도 등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이 책에는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건 개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지만 소송까지 가지 못한 채 상처받고 분노한 이들은 얼마나 많을까.

이는 단순히 기자들과 언론이 ‘부도덕’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고, 사실 확인이 안 된 의혹에 ‘단독’을 달고, 의도적인 편집과 짜깁기를 하는 이유는 시선을 끌기 위해서다. 특히 정기구독자보다 온라인 광고로 먹고 사는 인터넷 언론은 네티즌들의 클릭을 유발하기 위해 낚시를 하고, 낚시를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킨다. 사람들은 기사를 퍼 나르고, 기사에 나온 기업이나 학교, 단체, 개인은 언론에 전화를 걸어 기사를 고쳐달라거나 내려달라고 요구, 때로는 ‘부탁’한다. 그 중에는 부당한 요구도 있고 정당한 요구도 있다. 그것이 부당한지 정당한지는 언론이 판단한다. 언론이 권력을 가지고, ‘갑’질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언론은 기사를 통해 사람들의 이미지나 생각에 영향을 미치고, 그 찰나의 이미지와 생각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이 결정될 수 있다. 예컨대 기업의 문제점을 보도한 기사가 뜨면 기업의 이미지가 안 좋아지고, 소비자는 그 기업의 물건을 앞으로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언론의 횡포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언론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된 종편의 5·18 보도를 보자. 탈북자들이 출연해 5·18에 북한이 개입했다고 떠들어댔고, 진행자는 말리기는커녕 동조하며 이들의 주장을 확대·재생산했다. 이들 방송이 과연 5·18에 대한 다양한 의견 중 하나를 ‘전달’하기 위해 탈북자들을 데려온 것일까? 언론은 남의 말을 전하는 전령이 아니다. 신령의 뜻을 전한다면서 사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짝퉁 무당과 같다. 언론이 남의 말만 전달한다면 ‘기획’회의 같은 건 필요가 없다. 종편은 5·18에 맞춰 음모론을 전하기로 ‘기획’했고, 그 뒤에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률을 높이고 노이즈마케팅을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언론에게는 ‘보도하지 않는 힘’이 있다. 정치학에는 ‘Non-decision mak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정치 권력자들에게 무엇을 결정할 힘보다 무엇을 결정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보도함으로써 생기는 권력도 있지만, ‘이 사건은 묻자’는 식으로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권력도 있다. 뉴스타파의 ‘조세 회피처’ 특종을 전하는 KBS의 태도를 보라. KBS는 뉴스타파를 뉴스타파라 부르지 않고 ‘한 인터넷 언론’, ‘한 독립매체’라고 호명했다. 뉴스타파의 특종임을 부각시키지 않으면서 조세회피처 이야기를 전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결국 언론의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건 독자뿐이다. 다양한 언론을 함께 살펴보며 ‘소비자’가 아닌 ‘독자’가 되어달라. 언론이 보도한 내용에 대해 의심이 들거나 보도해야 할 것을 보도하지 않는다면 메일로 전화로 항의하고 들이대야 한다. 언론이 자극적 보도를 하는 이유도 결국 ‘독자’의 눈을 끌기 위해서가 아닌가. 당연한 말이지만 언론이 제일 무서워하는 건 독자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왜곡보도로 문제가 된 종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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