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국(신문방송학전공) 교수
실종된지 하루 만에 사망한 채 발견된 여대생에 관한 뉴스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아침 뉴스부터 자정 뉴스까지 사건의 경과가 쉴 새 없이 알려지고, 인터넷과 SNS를 타고 근거 없는 추측성 기사들까지 더해진다. 기자의 펜과 카메라는 피해자에 관련된 모든 사실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분노와 공포에 일그러진 시민들의 얼굴 뒤에 경찰과 정부의 무능력을 질타하는 기자의 멘트가 깔리면서 뉴스는 전국을 내달린다.

익숙하다. 많이 익숙하다. 이렇게 잔인한 범죄의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현실이 익숙해졌다. 그러는 와중에 뉴스도 그러려니 한다. 원래 범죄가 잔인하니 그런 소식을 전하는 뉴스도 잔인할 수밖에 없지 않냐고 위안도 해본다. 뉴스는 개인이 속한 공동체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인지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창구이다. 하지만 뉴스 미디어들이 선택해서 보여주는 현실이 실제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점은 익히 알려졌다. 특히 범죄 보도는 실제 현실을 더욱더 부정적이고 폭력적으로 묘사하는 선정주의적 보도 관행의 대표적인 사례로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다. 언론의 선정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이유는 대중의 주목과 관심을 끄는 데만 치중하느라 사안의 본질이나 핵심내용과는 무관한 지엽적인 부분을 확대하거나 과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성범죄에 대한 뉴스 보도이다. 성범죄 보도에 대해서는 무수히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범죄의 성애화이다. 선정주의적 보도는 성범죄를 범죄가 아니라 성에 관한 이야깃거리로 전락시켜 보는 이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사건의 진행 과정을 생중계식으로 보도하거나 범행 수법을 지나치게 상세하게 묘사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둘째, 2차 피해의 확산이다. 피해자나 가해자에 관한 신상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포됨으로써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친지, 이웃 등에게까지 피해가 확산된다. 셋째, 왜곡된 성관념의 양산이다. 성범죄의 원인을 개인적인 문제로 돌린다든지, 가부장적인 성문화의 시각을 강조한다든지, 남성 중심적 혹은 가해자 중심적 사고와 관점을 강조하는 등의 경우이다. 마지막으로, 실효성 없는 대책 남발이다. 정부의 성범죄 근절 대책은 주로 사후 대책에 치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범죄자 신상공개, 형량 강화, 비상 근무, 음란물 단속 강화, 전담 부서 설치, 불심검문,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구축, 화학적 거세 등 이미 수년 동안 논의되는 대책을 재탕하기 일쑤이다.

선정적인 뉴스 보도가 초래하는 사회적 폐해를 언론 스스로가 자각할 필요가 있다. 쉽지 않겠지만 좋은 뉴스가 시장에서 대중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선택되고 나쁜 뉴스가 배제되는 선순환적 구조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또한 정부, 학계, 시민단체 등은 언론인들의 자정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해주어야 한다. 좋은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인정해주고, 상업주의의 유혹과 사투를 벌이는 언론사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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