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빵이 없어도 죽을 수 있지만 노래 없이도
죽을 수 있다는 당연한 결과로 귀착하는 평범한 얘기


  D야.
  조금 전에 지나쳐 온 오아시스에서 우리는 마음껏 물을 마실 수 있었고 또한 가져온 양식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난 후 이제 出發(출발)한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새로운 갈증이 우리를 엄습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고척한 처지를 달래줄 노래다, 어디를 살펴보아도 태양과 모래, 하다못해 새들의 노랫소리도 들리지 않는 사막 위에서 지금 우리가 느끼는 갈증은 바로 이런 것이다.
  D야!
  우리는 유명한 ‘개미와 베짱이’ 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여름 무더운 날 개미는 부지런히 일하고 있을 때 베짱이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추운 겨울이 오자 굶어죽었다는 인과 응보의 옛 얘기를. 하지만, 세월이 바뀜에 따라 이 얘기는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다. 여기에 후편이 첨가되었다. 즉 ‘베짱이가 죽고 난 후 행복하리라 생각되었던 개미는 왠지 쓸쓸해지는 자신을 느낀다. 차츰 시간이 흐르자 개미는 베짱이의 노래가 듣고 싶어진다. 그 농도가 진해지면서 개미는 베짱이의 노래를 한번 만들어봤으면, 한번만…하면서 죽어간다’ 는 것이 바로 후편이다.
  D야!
  이것은 너무 간단한 전개에 지나지 않는다. 즉 인간은 빵이 없어도 죽을 수 있지만 노래가 없어도 죽을 수 있다는 당연한 결과로 귀착하는 평범한 얘기이다. 자신이 부지런히 일할 동안 옆에서 불러준 베짱이의 노래. 그것이 있었기에 개미는 그 많은 식량을 모을 수 있었다.
  D야!
  앞날의 희망과 기대를 받아가며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의 안정이 어느 정도 이룩되었다고 보느냐? 조그만 일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실험대 위의 개구리마냥 방황하지나 않았던가! 모든 일을 차분히 여유를 가지고 처리한다는 것은 우리들처럼 확고부동한 중심을 잡을 수 없는 처지의 사람에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주는 것 같다.
  D야!
  내일을 위한 발전, 원동력은 여기서 시작하니, 우리가 부르는 노래엔 이러한 내용이 꼭 들어있어야 하겠다.
  둘째는 집념이다. 옳은 일을 계획한 후 줄기차게 밀고 가는 노력이다. 여기에 우리가 본받아야 할 표본이 있으니 그것은 ‘태양을 쏘는 사람’이다. 옛날에 태양이 동쪽과 서쪽 두 군데 있었다. 그래서 인간들은 이 중 서쪽 태양을 없애려 했다. 모두가 이론만 분분했지 나서는 사람이 없을 즈음 한 건장한 사나이가 굵은 화살과 큰 활을 들고 서쪽으로 출발했다. 등에는 어린애를 업고서 멀고 먼 그 길을 가는 동안 어린애는 자라서 같이 뛸 수 있었고 그러다 사나이는 도중에 늙어 주저앉고 이제는 청년이 된 그 어린애가 혼자 달려서 마침내 서쪽 태양을 쏘아 없앴다.
  D야!
  여기서 우리는 이 얘기가 비현실적이며 전설적이라고 말하지 말자.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그 사나이의 집념이다.
  D야!
  외로이 사막을 걸으면서 할 일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개미와 베짱이의 고전적 얘기도 아니오, 평범한 노래도 아니다. 그렇다고 술에 취해 부르는 유행가는 더구나 아니다.
  나의 D야! 우리가 목마름에 적지 않고, 갈증에 시달리지 않도록 힘쓰지.
  그것은 우리가 부르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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