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남짓한 연륜을 부모님 슬하에서 보내던 내가 요즈음 집을 떠나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애초에 몇 푼 안 되는 보수 때문에 서가 아니라 실사회를 알고 싶다는 내 딴에 꽤 알찬 바람에서였다.
  그러나 이 알찬 바람에서 오는 고통들! 강의도 들어야 하고 상점 장부 정리도 하고 ‘어서 옵쇼’를 연발 하노라면 세상의 맛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세상은 요지경. 이런 삼류 가요가 나도 모르게 입가를 번진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아니라 용수가 골치였다. 잠은 담요 한 장으로 새우잠으로 얼렁뚱땅이라도 괜찮지만 洗足(세족)1回(회)에 日(일)13원, 洗面(세면)1回(회)에 10원이라니 <물물 물을 달라>고 생명第(제)1線(선)에서 외친 ‘앙리·듀낭’이 생각난다. 수비에 다 소비되는 쎄러리는 아가씨와의 월·데이트도 달랑달랑. 그러나 콜럼버스의 새로운 하늘과 땅이 서푼짜리 짐이라고 없어야 된다는 법은 없다. 코리안 맥심에 曰(왈)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존재하는 법.
  나의 단골 레스토랑에서 用水(용수)를 제공한다는 빅뉴스가 입수되었다던 다음날 그곳에 왕림하니 미스가 온수와 비누까지 스마일을 머금고 프리젠트하는게 아닌가. 내 맘속에 번지는 뜨거운 감사는 시궁창에 핀 一連(일련)을 연상시켰다. 저도 모르게 튀어 나오려다 앗차 그쳐버린 감탄사. 오하우 뷰티풀 유어! 이런 무례한 말이 하마터면 打下(타하)될 뻔했다.
  아가씨의 조그마한 친절이 나의 모든 불편을 장사지내 주었다. 전에는 구미에 맞지 않던 그 집음식 맛이 한결 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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