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국이 슈퍼갑의 횡포에 대한 분노로 출렁거리고 있다. 슈퍼갑 중의 슈퍼갑인 재벌·대기업들의 탐욕과 불공정행위로 인한 편의점주, 동네슈퍼주인, 백화점 판매노동자, 대리점주 등의 잇따른 자살 사태에 많은 국민들이 몸서리치고 있다.

거기에 ‘남양유업 사태’까지 터졌다. 전산(물품주문내역)까지 조작하여 물건들을 무더기로 밀어넣고 그 대금을 받아가고,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강제로 보내주고, 유통업체 파견사원 임금까지 떠넘기며, 떡값·회식비로 금품까지 갈취하는 등 대리점주들에게 온갖 부당한 행위를 강요하고 심지어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일삼았다.

직원 한 명의 일탈의 문제가 아니었다. 본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자행했다는 많은 진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대기업 본사 측은 ‘인격 교육 운운’하며 자신들의 잘못과 근본적인 사죄를 외면하고 있다. 또 다른 ‘을’이었을 직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비겁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일이 남양유업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공분이 클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노동자로, 협력업체 직원으로, 대리점주로, 중소상공인으로 즉 ‘을’의 지위로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비슷한 일을 겪어보았거나 지금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슈퍼갑’ 재벌·대기업은 밖으로는 골목상권을 무참하게 파괴하고, 안으로는 노동자들과 대리점·가맹점 등에 대해 감당할 수 없는 횡포와 불공정행위를 거침없이 저지르고 있다. 그럼에도 공정거래위원회, 노동부, 검·경 어디에서도 재벌·대기업의 온갖 불법·불공정행위를 단죄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노동부가 ‘자본부’의 역할을 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을 하고, 민중의 호민관이 되어야할 검·경이 ‘재벌·대기업 비호관’으로 전락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게 계속 악화되자, 참다참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이 투쟁을 전개했고, 민변과 참여연대,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이 나서서 남양유업을 고발하고 전국의 대리점주들의 생존권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숨죽이고 있던 많은 ‘을’들도 함께하기 시작했다.

같은 ‘을’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전국의 편의점주들과 뜻있는 소비자들이 발주중단·불매운동에 돌입했고, 또 대기업의 골목 상권 장악에 고통 받고 있는 전국문구점협의회 등도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눈물겹게 살아가던 많은 ‘을’들이 서로를 북돋우며 저항과 연대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전국의 ‘을’들의 요구는 간명하다. 재벌·대기업으로 대표되는 슈퍼갑의 노동자 탄압과 비정규직 남용, 중소상공인들에 대한 횡포와 불공정행위부터 철저히 근절하자는 것이다. 더 많은 ‘을’들이 희생자로 쓰러지기 전에 더 빨리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갑을관계를 개혁하자는 것은, 전국의 ‘을’들도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하자는 것으로 그래야 이 땅에서도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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