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같은 책, 그리고 윈윈

 ▲작업실 내 위치한 책상의 모습
동네 서점이면서 디자인 스튜디오인 땡스북스(www.thanksbooks.com)가 홍대 앞에 자리 잡은 지 벌써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책을 팔기도 하고 디자인도 하고 있으니 잘 팔리는 북디자인에 대한 감이 남들보다 더 있을 법한데 예상을 빗나가는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을 보면 단지 눈에 띄는 디자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잘 팔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좋은 디자인은 무엇일까. 단지 눈에 띄는 디자인은 아닐 것이다. 이에 대한 답으로 땡스북스가 디자인하는 방법을 들려주고 싶다.

서점이었던 땡스북스에 디자인 스튜디오가 생기고 본격적인 디자인 업무를 시작할 때 일을 받아들이는 원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하게 됐다. ‘재미있는 일, 명예로운 일, 큰 수익을 주는 일. 이 세가지 중에서 두 가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일은 받지 않는다.’ 재미있고 명예로운 일이라면 돈을 못 벌더라도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이고, 재미가 없더라도 수익과 명예를 준다면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렇게 일의 원칙을 정하고 나니 스튜디오의 디자인 원칙도 조금씩 방향이 생겼다.
스튜디오의 디자인 원칙은 ‘겉과 속이 같은 책’, ‘균형’ 그리고 ‘윈윈’으로 이것은 다시 땡스북스 운영을 위한 키워드이자 책을 입고하는 기준이 된다.

 ▲2012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한 세 팀의 작품들과 설명, 인터뷰가 묶인 책이다. 건축에서 사용되는 패턴을 각 팀의 특징으로 사용하여 책과 포스터에 사용했다.
디자인이 화려한 책의 내용이 빈약하다면, 내용은 좋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표지 디자인이라면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어도 구입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겉과 속이 다른 디자인이기 때문에 만약 판매가 잘 된다고 하더라도 독자를 속이는 기분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과 디자인이 잘 맞는 책, 내지와 표지가 같은 느낌의 책을 선정하고 또 우리도 그렇게 디자인하려고 노력한다.
한정된 테이블과 책꽂이로 인해 어느 한 분야로 책이 몰리게 되면 서점을 방문한 손님들도 다양성을 잃는다. 특화된 서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편안한 공간은 되지 못할 것 같다. 균형을 생각하는 이유다. 이런 균형은 디자인에서도 무척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제목과 본문의 크기가 어울리지 못해 균형이 깨지면 산만한 디자인이 된다거나 표지와 내지에서 사용되는 색감의 무게감을 조절하는 것도 책의 균형을 생각하는 디자인 원칙이다.

 
서점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책을 공급하는 출판사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같이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윈윈’은 같은 동네에 있는 다른 서점들과의 관계에서도 필요하다. 홍대 앞의 독립출판물을 전문으로 하는 ‘유어마인드’, ‘북소사이어티’와의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독립출판물을 받지 않고, 입고 요청이 올 경우 두 서점으로 안내하고 있다. 북 디자인에서의 ‘윈윈’도 역시 마찬가지다. 편집자가 원하는 책의 방향성을 단지 디자인을 위해 희생시키면 좋은 디자인일 수 없다. 같이 일하는 모두가 협력할 수 있을 때 결국 좋은 디자인이 완성된다.
구체적인 디자인의 방법은 아니지만 이러한 원칙을 세우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겉과 속이 같은 책’이 수많은 책 중에서 오랫동안 빛을 발했으면 한다.
 


 

북디자이너 김욱

대표작 △집짓기 바이블(조남호 외·마티) △나무의 온도(이종우·마호) △클래식, 역사와의 만남 시리즈(포노Phono) △눈을 감으면(황경신·아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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