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교수
가끔 학생들에게 말한다. “선생 욕을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이때 ‘선생’은 기성세대의 상징어이고, ‘욕하다’라는 말은 비판을 의미한다.
비판은 나름의 판단근거가 확실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지적인 행위이므로, 비판하지 못한다는 말은 판단근거를 확실히 갖추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기성세대를 평가할 수 있는 자기 나름의 판단근거를 갖고 있지 못한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미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징조일 터이다.


또 나는 말하곤 한다. “선생 욕을 하는 것은 좋은데, 더욱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선생이 되었을 때 욕을 했던 선생처럼 되지 않는 일이다.” 늘 젊은 세대였을 때는 어느 정도라도 기성세대를 비판하고 했을 터인데, 왜 역사는 진보하지 못하였는가? 오히려 늘 돌고 도는 쳇바퀴처럼 나아진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가? 젊은 세대가 다시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젊은 시절의 가치관을 슬그머니 포기하거나 잊어버리고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타협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물론 젊은 시절의 가치관이 다 옳은 것은 아닐 터이다. 기성세대가 되고,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간다면 당연히 현실과 적절히 타협하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현실이 유토피아만 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실을 핑계 삼아 이상을 완전히 포기할 때, 어느덧 젊은 시절 지녔던 가치관을 완전히 망각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 것이다. 그리고서는 젊은 시절 욕을 했던 기성세대가 돼버리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고뇌! 고뇌하여야 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또 젊은 시절 지녔던 가치관과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갖게 되는 가치관 사이에서 부단히 고뇌하는 것만이 진실한 삶을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
결국 야간에 길을 걷는 사람들이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고서 길을 찾아가듯이, 우리 삶의 방향을 지시해 줄 가치관을 젊은 시절에는 정립해야 한다.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이런 주제에 대한 사색을 통해서 정립하는 가치관, 그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한 고뇌, 이런 것을 우리는 ‘철학’이라 한다. 또 ‘구도(求道)’라고도 말한다.

철학이라 하면, 구도라 하면 어렵고 별세계의 일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 않다. 인도철학에서는 ‘철학은 사색하는 것’이라 말한다. 또 ‘철학은 보는 것이라’ 말한다. 어떻게 보는가, 라는 가치관의 정립이 바로 철학이라는 뜻이다.
철학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철학력(哲學力) 함양의 새학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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