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동안 都會(도회)의 권태에 쫓기어온 내가 이젠 시골의 풍경에 보다 더 깊은 愛情(애정)을 느끼고 있다는 건 ‘조용하다‘라는 단순한 원인에만 귀착되지 않을 것 같다.
  모래위에 싱싱한 잎을 자랑하는 한 떨기 잡초에서 아늑한 행복을 느끼고 푸른 물속을 헤엄치는 한 마리 물고기에서 고요한 平和(평화)를, 초원의 넓은 들에서 풀을 뜯는 소(牛)의 무리에서 정연한 질서를 느끼곤 한다. 때로는 찬란한 태양과 구름의 비바람과 뇌성에서 먼 太古(태고)의 神話(신화)를 배우기로 한다. 한조각 구름은 그대로 나그네요, 님이요 희망이며 마음의 진실한 對話者(대화자)가 되기도 한다.
  날카로운 펜대보다도 호미를 쥔 손에 더욱 깊은 情(정)을 느끼며, 市場(시장) 바구니보다도 흙냄새 짙은 밭을 찾아가는 아낙네의 바구니가 더 아름다운 것이다. 구태여 연륜을 意識(의식)하고 고독을 씹지 않아도 좋다. 모두가 순화된 自然(자연)이요, 자연의 한 덩이로 되어있다. ‘너’와 ‘나’라는 관계보다 그저 ‘우리’라는 단어에 더 숭고한 마음의 주추를 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기집 주위에 담을 쌓는 지혜를 알려주고 이웃 싸리문을 넘나들던 소복한 아주머니의 떡바구니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울창한 숲 사이에 직선을 과시하는 전선주와 자동차의 ‘클랙슨’ 소리가 점점 가까이에서 들여옴은 어제가 아닌 오늘의 시골로 변모해가고 있는 것 같다. 또 분홍치마 노랑저고리에 미니의 물결이 출렁여 갈 때 태양아래 흙을 만지며 영원히 안식하고 싶은 村夫(촌부)들의 꿈은 소리 없이 그 종착역을 여기가 아닌 먼 타향으로 돌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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