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동대문학상 수상작


  작년보다 많은 50여 편의 응모작에 큰 기대를 걸고 심사에 임했으나 작년 수준을 크게 상회하지는 못해 섭섭했다.
  그런대로 예선을 통과한 작품은 <黑月(흑월)> <末年日誌(말년일지)> <서있는 사람> <겨울에서 겨울로> <길들이기> <깨어나는 저녁> <침묵> 등 이었는데, 대부분 감상적이거나 통속적인 삶의 斷面(단면), 군대생활에서 흔히 겪는 반항의식, 광부의 가족이 겪는 불안, 학원사태를 에워싼 전경의 갈등, 애정문제에 대한 여성의 잠재의식 등일 뿐 그 주제가 우리 삶의 아픔을 부단히 일깨우거나 나름대로 새로운 삶의 길을 제시해주는 감격이나 감동을 주는 작품이 거의 없었다.
  그런가 하면 文章(문장)도 진부하거나 요령부득인 것도 많았다.
  따라서 심사위원 셋은 아직 소설을 공부하는 학생들인 만큼 메시지 쪽보다는 언어 쪽에 중점을 두고 고르기로 합의를 보았다. 다시 말하면 주제보다는 소설문장의 기본 수련을 쌓은 학생작품을 入賞(입상)권에 넣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서있는 사람>(中央大文創科(중앙대문창과)ㆍ윤동수)과 <깨어나는 저녁>(東國大국교과ㆍ홍은숙) 이렇게 두 작품을 각각 佳作(가작)1席(석)과 2席(석)으로 정할 수 있었다. <서있는 사람>은 극장에서 광고를 붙이러 다니는 젊은이가 그나마 실직을 하게 됨에 따라 겪는 불안과 자의식을 끈끈한 문장으로 엮은 작품인데 그 진술력과 언어의 구사가 습작을 많이 거친 인상이고, <깨어나는 저녁>은 기혼 여성이 학창시절의 추억을 잠재의식(꿈)을 통하여 현실로 환치시키는 모험인데 그런대로 문장이 섬세하고 탄력이 있어 좋았다.
  아무튼 응모자들은 소설을 한갓 신변잡기 비슷한 잡문으로 생각하지 말고, 인생을 다부지게 천착하는 고통스러운 作業(작업)으로 거듭 인색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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