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동대문학상 수상작
옛날 어느땅도 山(산) 아닌 곳 없었고
고개 아닌 곳 없었던 시절에
낮고도 보잘것 없는 산 밑둥으로
흘러 흘러
야트막한 하늘 지고 앉았더니
그 언덕 뭉텅깎고 내질러
버섯처럼, 가늘지 않는 목숨 하나로
넉넉히 지붕들을 떠받친 이웃들을
보기도 하는구나.
가난이야 또한번 내지르면
너르디 너른 우리들의 영토
없는자들이 곳곳에 모여
山(산)과 언덕을 이루더니
맑은 물 한 사발로도
세상의 배고픔의 그맛조차 알겠더니,
때로는 사나운 바람 맞아
훌렁 날아가 버린 그대들의 하늘
지붕 잃고 밤새 어지로운 꿈자리를
보기도 하는구나.
가난할수록 높은 곳에 살아
하늘이 가깝다던,
그 높은 곳에 앉아
들끓는 세상의 그늘의 내려다 보며
칠순을 넘긴 들이 할아버지의, 짐 잃고
失性(실성)한 웃음도 보는구나.
그 옛날에는 모두 나무 아닌 것 없고
풀잎 아닌 것 없었던 이곳에
오늘은 굳은 살 손바닥에 침 퇘 뱉고
허리 불끈 동여매고
저 맨땅 더 깊이 뿌리 박는
풀잎들을 보기도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