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미 편집장
▲과거제도는 실력있는 관리를 채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였다. 하지만 각종 부정행위로 인해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보곤 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1818년(순조18년) 성균관 사성(司成) 이영하의 상소이다. 상소의 내용은 인재 등용의 관문인 과거제도에 부정과 비리가 많아 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당시 이영하가 지적한 과거시험 부정 형태는 8가지였다. 남의 글을 빌려 쓰는 차술차작(借述借作), 책을 과장에 가지고 들어가는 수종협책(隨從挾冊), 과장에 아무나 들어가는 입문유린(入門蹂躪), 시험지를 바꾸어 내는 정권분답(呈券分遝), 밖에서 답안을 써내는 외장서입(外場書入), 과거 제목을 미리 알려주는 혁제공행(赫蹄公行), 과장(科場)을 경비하는 이졸이 바꾸어 가며 과장에 드나들어 답을 알려 주는 이졸환면출입(吏卒換面出入), 대리시험인 자축자의환롱(字軸恣意幻弄) 등이다. 과거시험의 부정행위와 비리는 지속되어 숙종 때 두 차례나 관련자들을 투옥시킨 바도 있다.

▲최근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의 주관업체 ‘칼리지보드’가 지난 3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시험 문제 유출로 한국의 5월 시험이 취소된 사실을 알렸다. 또한 칼리지보드는 거주지 주소가 한국으로 돼 있는 모든 수험생의 5월 시험을 일괄 취소해 사실상 한국인 학생은 해외 어디에서도 5월 달 SAT 시험을 치르지 못하게 됐다. 검찰은 어학원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으며, 혐의가 있는 어학원 관계자 10여명은 출국 금지된 상태다. 시험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갑작스런 SAT시험의 취소로 국내 학원가는 발칵 뒤집혔고, 많은 수험생들은 낙담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해외에 유학하고 있는 우리나라 학생 수는 23만 9213명. 미국에서 공부하는 학생 비율은 30%를 넘겼다. 갈수록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학생의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빈번한 시험 문제 유출로 미국 대학이 더이상 우리나라 국적을 가진 지원자의 SAT 점수 자체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실 국제 시험 문제 유출 문제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SAT는 물론 미국 일반대학원 입학자격시험(GRE), 토플(TOEFL) 시험에서도 부정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과도한 입시경쟁이 낳은 폐해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현 시대를 정보 시대, 세계화 시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부분까지 한국의 뛰어난 정보ㆍ통신 기술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세계화 시대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높은 교육열로 인해 시험 부정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국제 시험에서는 자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국내에서 망신을 당하는 것은 개인이지만, 국제적 망신은 개인 뿐만 아니라 국가 이미지 역시 추락한다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에서 군계일학은 되지 못해도 몇몇의 비양심적인 수험생들로 인해 다수의 학생과 국가가 피해를 보는 일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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