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인(경행81졸) 동문
5월이 되면 너나없이 부모님에 대한 불효를 반성하게 된다. 꽃(花)이 없다는 뜻으로 무화과(無花果)라고 불리는 과일에 세상 부모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우선 빼어난 향기와 맛이 부모의 자식 사랑을 쏙 빼닮았다. 무화과나무도 실은 꽃을 피운다. 꽃이 꽃받기 속에 숨어 있어 겉에서는 보이지 않을 뿐이다.
부모들도 자식을 위해 희생의 꽃을 평생 피우지만 자식들은 그 꽃의 자태를 모른다. 무화과 열매가 여러 질병에 효험이 있듯이, 부모의 자식 사랑은 모든 장애를 걷어낸다. 수분이 다 날아가 껍질이 쭈글쭈글해진 무화과 열매도 달콤한 향미가 살아 있듯이, 늙고 병들어 원기를 잃은 부모도 자식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은 많은 사람들이 효도 대신 부모를 홀대한다고 적고 있다. 자식이 다 자라면 부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눔에도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눈을 흘기고 눈동자를 굴린다. 출입하고 왕래함에 있어서도 부모에게 알리기는커녕 말과 행동이 교만하여 매사를 멋대로 처리한다. 부모가 나이 들어 쇠약하여 모습이 추하게 변하면 남이 볼까 부끄럽다며 괄시와 구박을 한다. 부모님 중 한쪽이 먼저 떠나고 혼자가 되어 외롭게 빈방을 지켜도 알지 못하는 타인인양 돌보지 않는다.

자식의 도리를 다하기 위한 첫걸음은 부모에 대한 채무를 확실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형제가 여럿이라고 해서 부모에 대한 각자의 채무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형제가 셋이라고 어머님의 젖을 1/3만 먹고 자란 사람은 없다. 국가가 노인복지에 신경을 쓴다고 해서 부모를 대충 섬겨도 되는 것이 아니다. 형제가 다수여도 각자의 채무는 여전히 n/n이지 1/n로 되지 않으므로 부모에 대한 빚을 성의를 다하여 갚는 것이 성장한 자식의 도리다.

부모공경과 효도의 시작은 부모님의 말씀을 귀(耳)가 아니라 가슴으로 경청하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의 말을 귀담아듣고 자식이 부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가정이라야 감동과 희망의 씨앗이 자란다.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집중하니 가족들의 뇌마다 쾌락과 행복감을 부추기는 도파민이 가득하다.

세대차를 극복하고 가정의 온기를 높이는 데는 경청만한 땔감이 없다. 경청을 통해 서로의 생각, 기대, 걱정, 애로, 기쁨, 슬픔 등을 항시 공유하니 부모는 흐뭇하고 자식은 활기차다.

집안에 복이 넘치기를 진정으로 바라면 부모에게 걸언(乞言)하기를 즐겨야 한다.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마시라”가 아니라 “이런 일은 어떻게 해야 옳은 것인지요?”라고 여쭤서 부모의 면을 세워드리고 경험과 안목을 배우는 자세를 지키는 것이 부모와 자식이 함께 행복해지는 길이다.

겨자씨는 모든 씨앗 중에서 가장 작지만 싹이 트고 자라나면 어느 푸성귀보다 커져서 공중의 새들이 날아와 그 가지에 깃들일 만큼 큰 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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