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사람들은 조용필을 가왕(歌王)이라 부른다. 가수들의 왕이란 뜻. 사실 조용필 외에도 원로가수들은 넘쳐난다. 이미자, 남진, 나훈아, 패티김 등등. 하지만 이들을 모두 제쳐두고 조용필을 가왕으로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저 선배들이 불렀던 트로트에서부터 고고, 디스코, 블루스, 락, 팝, 발라드, 민요, 재즈, 클래식 심지어 일렉트로닉까지 거의 모든 장르를 섭렵했다.

이것은 60년대부터 2013년 현재까지의 트렌드를 한번도 놓치지 않고 당대의 대중들의 시선에 맞는 음악을 꾸준히 도전해왔다는 얘기다. 늘 자신들의 장르에 국한되어 있었던 원로가수들과 달리,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실험했고 그것이 대중에게도 인정받았다는 것. 가왕의 칭호는 이런데서 붙여졌다.

가왕 조용필은 음악에 있어서 A부터 Z까지를 섭렵한 뮤지션이기도 하다. 그는 작곡 작사에도 능하고, 본래 시작이 기타리스트였던 그의 기타 연주는 최정상급이다. 가창력에 있어서는 그 노력이 가히 득음을 추구하는 판소리 명인에 닿아 있을 정도다. 본래는 그다지 거칠고 강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그였지만 판소리 창법을 부단히 연습한 결과 득음을 할 수 있었다. 지금도 2시간 연속 20곡을 무난하게 불러낼 수 있는 것은 이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음악적인 성취만큼 그의 가왕으로서의 면모를 알 수 있는 것은 윗 세대에서부터 지금 현 세대에까지를 꿰뚫는 가요사에서의 영향력이다. 지금 세대의 모든 가수들을 위시해, 바로 윗세대인 이문세나 고 유재하 같은 가수들에게도 조용필은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유재하는 조용필이 발굴해낸 가수이기도 하다.

그 명실상부 가왕이 가왕으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증명해냈다. 어언 10년 만에 발표한 19집 앨범 ‘Hello’는 벌써 10만 장의 음반이 팔렸고 음원차트 개설 이래 최고령 가수의 1위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적인 성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용필의 건재함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어떤 희망이다. 환갑의 나이를 넘어서 이런 목소리, 이런 감성을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기성세대에게는 자신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또 조용필이 누군지 모르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자신들의 감성을 이해해주고 불러주었다. ‘아버지와 제가 함께 듣고 공감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군가 남긴 이런 인터넷 댓글에는 세대 통합의 힘마저도 느끼게 만든다.

지난 대선결과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세대 간의 간극이 벌어질 대로 벌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세대 간의 갈등은 그것이 한 지붕 아래서도 벌어진다는 점에서 과거 지역 갈등보다 더 첨예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조용필이 음악 한 곡으로 보여준 세대 간의 소통은 그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결국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건 양자의 다리를 놓아줄 수 있는 문화가 아니겠는가. 환갑을 넘긴 청년 조용필 현상은 그래서 2013년에 다시 나타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음악으로 가교를 놓는 가왕으로서의 면모를 여지없이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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