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숙 윤리문화학 전공 교수
남산을 걷다 보니 곳곳에 남은 눈과 작은 얼음 폭포 사이로 수줍은 버들강아지가 실바람을 타고 하얗게 하늘거린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이제 돌아갈 때를 아는 모양이다. 자연은 이렇듯 겸손해서 좋다. 요즘 계절은 가는 사람 오는 사람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시기로 대학 캠퍼스에도 역시 희비가 엇갈린다. 가는 사람 오는 사람이 모두 몸은 바쁜 가운데서도 마음이 허전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그들에게서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끝냄과 시작 앞에서 우리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고, 특히 한국 사회는 너무 다이나믹하다. 우리는 하루에 단 몇 초만이라도 딱하고 바쁘게 사는 나를 되돌아보고 있는가? 밥은 잘 챙겨먹는지, 나쁜 사람들과 어울리지는 않는지, 해야 할 일은 잘하고 있는지, 흥청거리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사람들을 비난하고 남들 눈치 보면서 사느라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삶이다. 과연 우리들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1997 아시아 외환위기, 2008 글로벌 금융위기 등 글로벌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이제 세계는 무조건 앞으로 나가는 것 보다는 이제부터라도 내 옆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꿈꾸고 있다. 욕심과 양심 사이의 갈등, 양극화, 전쟁 등 외면의 갈등을 겪으면서 우리들은 한없이 외롭다. 이제는 숫자를 위한 노예로 사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마음의 위안을 추구하면서 인류의 보편 윤리를 향해 살아가야 한다. 또한 이제는 이 지구상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들 관심과 사랑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미 인구의 약 2.8%가 다문화 가족인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문화에 대한 동질적 정체성에 대한 관심도 좋고,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도 좋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하는 동호인들에 대한 관심도 좋다. 나의 관심과 사랑이 이제는 전 지구인에게 향해야 한다. 외롭고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들끼리 너니, 나니, 우리 편이니 적이니 할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어루만져 주고 서로 위로하면서, 대립을 넘어 서로 통할 수 있는 원융회통(圓融會通)의 정을 나누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들은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즉, 그것은 하루 하루를 반성하면서 마음 챙기는 일을 해야 함을 말한다. ‘논어’ 에서는 내자성(內自省) 혹은 내자송(內自訟)이라고 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안으로 스스로 반성하라고 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선(善)을 행하고 악(惡)을 피했는가, 나의 허물을 내심(內心)으로 자책(自責)하여 고쳤는가 등에 관한 것이다. 순간순간 나를 되돌아보고 나에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고 주변의 사람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욕심없이 그렇게 나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면서 살아가자. 내 가족, 나를 사랑하는 가족들을 좀 더 애정 어린 눈빛으로 지켜보면서 밖으로 향하는 나의 허망한 욕심을 조금은 줄이자. 또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면서 느리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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