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 교수
중국에 가면 사찰의 크기에 놀라곤 한다. 불상도 크고, 탱화도 크다. 절에는 향을 손에 한 웅큼 씩 든 참배객으로 꽉 차있다. 다만 스님들의 숫자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참배객을 바로보고 있노라면 현재 중국인의 마음에 어떤 불심이 자리 잡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사회주의의 터널을 뚫고 나오면서 중국의 불교는 엄청나게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일본의 사찰은 금박으로 번쩍인다. 불상에도, 탱화에도 절 지붕에도 금을 잔뜩 입혀 놓았다. 일본의 사찰은 명절 때마다 참배객과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결혼하여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승려가 사찰을 꾸려 나가고 있다. 일본인들의 불심은 매우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인의 불심과는 그 성질이 아주 다르다고 한다. 한국의 사찰도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다양하게 변천하고 있다. 산속에 자리 잡고 있는 전통사찰이 있는가 하면 도시의 주택가 한 구석에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포교원 모습의 사찰도 증가 추세에 있다. 종파도 다양하고 법회의 모습도 다양하다. 어떤 절에는 많은 신도가 북적이고 어떤 절에는 수도승 몇 명만이 지키고 있다.

요즘 한국의 사찰에는 동양의 불교를 터득하려고 수양 정진하는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에게 “한국불교의 특색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명확하게 알려주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불교에 관한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얼마 전 불교를 전공하는 어떤 교수에게 한국의 불교신자 숫자가 몇 명인지, 그 중에서 여성신도의 수는 얼마나 되는지 질문을 드렸는데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한국의 불교가 중국이나 일본의 것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 여쭈어 보았더니 그것도 별로 연구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불교에 관한 학문적 연구는 대학에 주어진 과제이다. 학문적인 접근을 통해 불교와 불교인에 대한 객관적 이해가 가능하게 된다. 불교연구가 경전에 관한 연구에 집중하다 보니 불교가 현재 한국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인의 불심은 어떠한지에 관한 객관적 과학적 연구는 적은 편이라고 했다.

연구의 방법에 있어서도 다른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에서 사용하는 분석방식이나 접근방식과는 동떨어져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현재 한국의 불교를 여러 측면에서 정확히 분석해 내는 일은 꼭 필요하며, 절대 뒤로 미룰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나아가서 한국의 불교학에서 한 중 일의 비교연구를 잘 해 낸다면 한국이 진정 불교의 중심지로 될 것이라는 사실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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