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변환의 예술

어수선한 삶의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떠오르는 셰익스피어의 명구, “인생은 연극무대와 같다” 그러니까 무대에 선 배우처럼 그저 맡은 역을 잘해내면서 ‘인생-연극’을 즐기라는 것일까? 연극작업을 다큐멘터리체로 독특하게 풀어낸 ‘시저는 죽어야 한다’를 보면 인생연극판의 절묘한 맛을 기막히게 느끼게 된다.
따비아니 형제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 원작 ‘율리어스 시저’를 무대에 올리는 죄수들의 공연 이야기이다. 마약, 강도, 살인 등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죄수들이 종신형을 비롯하여 장기 복역하는 레비비아감옥이 무대이다.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 연극 교화 작업을 하는 파비오 카발리와 함께 따비아니 형제는 오디션을 한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대사를 한번은 절망적으로 표현해보고, 다음번에는 냉정하게 표현하는 오디션을 거친 20여명의 죄수는 시저역을 비롯하여 대 로마제국의 정치인들 역을 하나씩 맡는다.
공연은 시저가 총애하던 양자 부루투스가 교활한 정치가 카시우스에게 설득당해 시저를 암살하는 사건을 정점으로 한다. 역사가 보여주듯이 막강한 권력, 그리하여 아부꾼들에 둘러싸여 독재로 치닫는 권력자의 종말은 배신에 의한 처형이다. 시저 암살 후, 로마시민 앞에서 부루투스가 한 눈물겨운 연설은 삶의 페이소스를 보여준다. 시저를 사랑하지만, 권력에 눈이 먼 시저보다 로마시민을 더 사랑하기에 칼을 잡았다는 그의 고백 말이다.

시저에게 화려한 황제의 왕관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이루어진 암살극을 연기하기 위해 죄수들은 6개월간 연습한다. 시저의 카리스마적 파워를 보여주는 음성과 억양을 연기하기 위해 애쓰는 죄수, 칼자루를 쥐어야하는 고뇌에 사로잡힌 부루투스역을 맡은 죄수, 정의로운 권력을 추구하는 부루투스를 유혹해야 하는 능수능란한 정치인 역할에 머리를 쥐어짜는 죄수 ….

감옥 복도와 도서관을 오가며 온종일 연습에 골몰하는 이들은 대사를 연습하며 불현듯 지난 날 자신의 고뇌를 떠올린다. 부루투스역을 맡은 배우는 범죄를 저지르기 전 갈팡질팡했던 심정이 떠올라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절규하며 연습을 좌초 시키기도 한다.

놀라운 일이다. 이건 그저 연극일 뿐인데, 라고 넘기기엔 예술 속에 녹아들어간 현실인식의 변화가 강하게 압도한다. 현재의 감옥과 거대한 로마제국이란 간극, 비참한 죄수와 권력을 가진 정치가라는 엄청난 차이에도 불구하고 연극적 대사는 삶의 본질을 하나로 돌려버린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노라면 인생이 고단할수록 예술이 필요하다는 강렬한 깨우침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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