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라는 이름 아래 희생된 청년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김중배. 6·3 시위의 유일한 희생자이며 당시 우리대학 농학과에 재학중인 학생이었다.
김중배 열사는 굴욕적인 한일협상에 반대하는 시위 중 퇴계로에서 경찰의 과잉 제지에 곤봉으로 머리를 맞아 중상을 입었다. 그는 중상을 입고 누이집에 피난해 있다가 인근 병원으로 실려갔지만, 시위학생이라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하고 다른 병원을 전전하다 두개골 저골절로 세상을 떠났다.

김중배 열사는 4·19 혁명의 첫 희생자였던 노희두 열사와 함께 동악의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김중배 동문의 뜻을 본받고 넋을 기리기 위해 우리대학은 오는 9일 동우탑에서 ‘민주열사 김중배 추모흉상 제막식’을 연다. 김중배 열사를 잊지 않겠다는 모든 동국인의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다.

김중배 열사의 숭고한 의지를 되새기는 이 시점에, 지성콘서트에 강연자로 초청된 손길승 전 SK텔레콤 명예회장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손 전 회장은 지난 1일 열린 지성콘서트에서 강연을 하던 도중 박정희 대통령을 긍정적인 리더상으로 제시했다.
발언 당시의 녹음 자료는 존재하지 않지만,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던가. 우리대학 학생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연에 익명의 제보자가 그 강의와 관련된 글을 남기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퍼졌다.
강연을 들은 김성수(교육1) 군은 손 전 회장이 “故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개발과 유신체제가 당시의 북한의 적화통일 야욕에 맞서 국가 안보차원에서 대단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익명의 제보자는 “‘이승만 대통령이 부정부패가 없다’, ‘5.16쿠데타가 혁명’이라는 말을 했다”고 디연에 글을 올렸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교양교육원(원장=박선형) 측은 “손 전 회장의 발언은 강연의 전체가 아닌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부분”이라며 단순히 강연자의 사견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손 전 회장의 발언은 김중배 열사의 뜻을 기리는 동국인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 그것보다 안타까운 점은 손 전 회장의 발언에 대해 일부 재학생들이 이를 두둔하는 의견을 디연에 남긴 것이다.
한 학생은 “강의 중에서도 일부분만 놓고 문제삼는 것은 (정치적) 선동”이라 댓글을 남겼고, 다른 학생은 “본인이 듣기 싫은 말에 티를 내는 것은 우리 세대가 참을성과 배려가 부족한 세대로 기억되게 할 것”이라며 댓글을 달았다.

손 전 회장의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사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미 사회적으로 4·19혁명은 이승만 정권의 독재와 부패에 대한 국민의 항거로, 5·16 군사정변은 제2공화국을 무너뜨린 쿠데타, 유신체제는 대통령 1인에게 초헌법적인 권한을 부여한 독재체제로 정의됐다.
이러한 의식을 바탕으로 한 동국인의 비판을 단순히 ‘선동’과 ‘듣기 싫은 말’로 비난한 것은 일부 재학생들의 역사의식이 부족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동문들의 정신을 퇴색하는 꼴이다.

민족을 사랑하고 민주화를 갈망했던 김중배 열사가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48년이 흘렀다. 
피로 쟁취한 민주주의를 기억하기 위해 우리는 그의 흉상을 세우지만, 이미 우리들은 그들의 희생을 잊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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