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지의 왕버들은 절대로 썩지 않는다

주산지의 왕버들은 절대로 썩지 않는다

류진


주산지에 서식 중인 오백년 묵은 나는 절대로 썩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내 멱살을 잡아채려고 하는 것인데 저수지의 좁다란 둑길을 따라 걸으며 한 연인이 말했다 平生을 수면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반성하니까 저렇게 잎이 푸른 거래요 나는 내 멱살을 잡아 내동댕이치고 싶은 것인데 그러니까 주산지의 물비늘이 소용돌이치는 것인데 나는 오백년 동안 뿌리가 없는데 이상하다 맑은 날이면 뿌리에 이파리가 무장무장 돋는다 수면에 비친 뿌리가 이파리 돋은 뿌리를 자꾸만 반성시킨다 꿈꿀 뿌리가 익사하였으므로 나의 꿈은 불면, 달빛이 허리까지 차오르면 달빛을 이그러뜨리는 것이 나의 반성이다 반성하기 위해 반성하는 나의 증오다 내가 나를 익사시키려는 미움을 못 본 척 연인들은 둑길을 따라 저만치 늙어갔다 썩어야지 불멸인데 썩어야지 불멸인데 반짝이는 물비늘마다 눈물이기에 거기에 지지 않는 푸른 이파리 하나 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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