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미 편집장
야경국가 시대였던 19세기는 자유시장 체제로 국정이 운영됐다.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시장이 최고의 효율성을 발휘한다는 말은 세계 대공황으로 한 순간에 사라지고, 적극적인 정부가 시장을 대체하여 국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자유주의의 선두자인 미국 역시 정부조직을 확대했고 사회 복지에 대해 눈을 돌렸다. 일찍부터 사회 복지를 지향해 온 유럽은 세계 제2차 대전 이후에 자국민들의 삶과 빠른 국력 회복을 위해 국민의 복지에 과감히 투자했다.

현재는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국가도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국가도 국민과 국가가 서로 협력하는 후기복지국가를 향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탈산업화와 탈근대화 현상으로 다양해진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세계 각국의 나라들은 국민들의 복지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복지가 중요시 되는 현 시대에 공공의료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선언은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더욱이 야당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중재를 해야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전국의 시민사회 및 노동단체들이 연이어 폐업 방침 철회를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입원환자와 병원노조는 법원에 ‘휴업처분 무효 확인’ 소송까지 냈다. 공공의료가 무너지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여론에 보건복지부는 사실상 폐업 철회를, 여당인 새누리당도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지만,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문제는 진주의료원의 ‘폐업 이유’다. 경남 진주의료원은 103년의 역사를 지닌 공공병원으로,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의 적자와 부채가 너무 심하다는 것을 가장 큰 폐업 이유로 들었다. 이후,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이 강성노조의 해방구가 됐기 때문에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병원은 민간 병원에서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피하고 있는 여러 공익적 서비스 제공을 비롯해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안전망 기능 등을 수행하고 있기에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진주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은 수익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다. 진주의료원에서 발생하는 적자는 건전한 적자로 정부에서 지원해야 할 의료복지 비용 중 하나다.

해마다 적자를 내놓는다는 이유로 진주의료원에 폐업을 선언한 홍 지사의 말이 비판을 받는 이유는 우리가 국민의 복지에 대해 예산을 쓰는 것이 당연한 복지국가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공병원이라 하여 마냥 국민의 세금에 의존할 수는 없다. 효율적인 경영을 통해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홍 지사는 ‘강성노조’와 함께 협력하여, 공익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리더십을 보이는 것이 어떨까.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는 공공병원을 기업적 논리만을 앞세워 폐쇄를 강행한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돈키호테’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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