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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6.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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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악로에서] 동악지체

   
 
우리대학 국제화 수준은 다른 대학들과 비교했을 때 상위권에 해당한다. 지난해 우리대학 중앙일보 대학평가 항목 중 국제화부분에서 전국대학 중 3위에 오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대학은 작년 기준 약 1,800여명의 외국인 학생이 재학 중이며, 전체강좌 중 영어강의가 약 30%를 차지할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영어강좌들이 개설돼있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양’적 측면에서만으로도 100% 만족할 수 있을까. 우리는 영어강의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비교적 자주 마주할 수 있다. 영어강의를 한국어로 진행하는 것은 분명 모순이다. 우리 대학을 포함한 많은 대학들이 대학평가 혹은 국제화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점차 영어강의 비율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불만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영어가 유창한 몇몇 학생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업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교수들 역시 영어로 강의하는 경우 한국어로 강의하는 것보다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지 못한다. 영어강의라고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로 수업하는 강의에 대한 학우들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영어특기생으로 입학한 박성찬(경영1)은 “나는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편하다. 그래서 영어강의라고 수강 신청을 했는데 정작 수업은 한국어로 하는 강의를 보며 많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여민호(기계공학2)는 “영어강의를 한국어로 수업하는 것은 교수님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어로 수업하는 것에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학우도 있었다. 미국의 사회학자 W.F.오그번이 주장한 문화지체(文化遲滯)라는 말이 떠오른다. 문화지체란 비물질문화가 물질문화를 따라가지 못해 생겨나는 사회적 갈등 현상을 뜻한다. 동악지체(東岳遲滯). 우리대학에서도 문화지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영어강좌 수는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영어강의의 질은 눈에 보이는 수치처럼 훌륭하다고 말할 수 없다. ‘속 빈 강정’인 영어강의들로 학생들의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진정으로 국제화에 강한 대학이 되려면, 학교는 결과에 급급하여 무작정 영어강의의 수를 늘리려 하기보다는 영어강의의 내실화를 위해 그에 따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조혜지 기자  but@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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