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숭한 황토가 서러워
  젖은 몸으로 주저앉은 산야
  소리없는 눈물들이

  땀내나는 보리이삭
  할머니 곰방대
  그리고 쓰라린 쇠주병도
  담넘어 쓰레기통에 쓸려가고

  황해바다
  심연으로 부끄럽게 죽어갈 恨江(한강)은
  뻣뻣한 모가지를 개처럼 저었다.

  황흔조차 깊어
  초승달 날을 가는 江上(강상)
  가난한 어부의 그물이
  강물을 찢는다.
 
  벙어리된 조개 넷
  비늘 푸른 피래미 열아홉마리
  그리곤 쓰레기
  쓰레기.

  불밝힌 강둑
  어둠을 사르는 어둥의 발아래
  서쪽으로
  서쪽으로 죽으러 가는 恨江(한강)은….

  세종로 앞에 잠시
  허리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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