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과정 필요,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야

 
북디자인을 완성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작가가 쓴 원고의 형태가 책의 전부다. 그 원고 안에 디자인에 필요한 주제나 표현방식 등 작업 시 필요한 소스들이 존재한다.

처음 원고를 받은 편집자는 원고를 정독한 후 디자이너에게 의뢰한다. 이때 디자이너가 받는 자료가 초고 상태의 원고일 수도 있고 편집자가 정리한 발주서의 형태일 수 있다. 요즘엔 발주서의 형태로 많은 의뢰가 들어오는데, 발주서에는 책의 판형이나 줄거리,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는 문안들이 정리돼 있
▲ 박진범의 대표작이 소개된 책
다. 다작을 하는 디자이너들은 사실상 원고를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이 발주서에서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다. 발주서로 책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원고를 속독하며 주제를 잡아간다. 디자이너의 디자인 방향이 정립되면 대게 편집자와 디자인 방향에 대해 회의를 하거나, 아니면 편집자의 의견만 수렴하여 정확한 주제를 정한다.

주제가 정해지면 디자이너는 디자인방향을 설정한다. ‘타이포가 주가 되는 디자인이 좋을지 아니면 일러스트가 필요한 디자인인지 또는 단순하고 심플한 사진이 필요한 책인지…’. 이런 부분을 고민하고 방향이 설정되면 스케치 작업을 한다.

근래에는 인터넷을 통해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인지 스케치를 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스케치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본인이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고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의 길잡이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적인 부분을 이 과정이 많이 단축시켜준다. 이 과정에서 보통은 표지 종이의 재질이나 본문종이의 재질 등이 어느 정도 결정된다. 스케치가 완성되면 디자이너들은 각자의 루트를 통해 필요한 소스들을 찾아 준비한다. 준비된 소스로 스케치 형태의 표지를 따라 컴퓨터 작업을 한다. 나 같은 경우엔 컴퓨터 작업이 보통 1~2시간 정도 소요된다. 이 과정이 짧은 이유가 바로 스케치 과정 때문이다.

컴퓨터 작업으로 완성된 표지 시안들을 놓고 편집자나 대표 등과 최종안을 결정하여 대지작업을 실시한
▲ 박진범 북디자이너의 대표작 『개밥바라기별』표지
다. 대지작업이란 책 표지의 펼침면 작업을 말하는데, 책의 정보나 작가정보, 가격 등이 들어간다. 이 작업을 마치면 교정을 뽑는데 이는 가상인쇄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표현돼야 할 컬러를 미리 뽑아서 이상이 없는지 종이와는 잘 어울리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또 인쇄할 때 기준점이 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교정에 이상이 없어야 한다. 교정이 컴퓨터에서 보이는 것과 다를 경우 컴퓨터로 수정하고 교정 뽑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최종 교정까지 완성되면 필름으로 분판을 하는데 요즘은 CTP를 해서 인쇄하고 인쇄된 것을 제본하고 후가공처리해 책을 완성한다.

책을 만드는 과정은 그리 어렵다고 할 순 없지만 어느 것 하나라도 소홀하면 디자이너가 처음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올 수 있다. 반드시 세심하게 하나하나의 과정을 잘 살펴야한다.

 

 

북디자이너 박진범

대표작 △개밥바라기별(황석영 지음·문학동네) △밀실살인게임(우타노 쇼고·한스미디어) △소울케이지(혼다 테쓰야·씨엘북스) △관시리즈(아야츠지 유키토·한스미디어)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