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가치있는 집, 땅콩하우스

땅콩하우스는 비교적 돈이 적게 드는 단독주택이다. 둘이 땅을 함께 사 한 필지에 두 채의 단독주택을 짓고 마당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땅콩하우스는 서민들의 주거 문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만한 해결책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단독주택에 사는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땅콩하우스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땅콩하우스는 친자연적인 건물로 많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러한 땅콩하우스에 관해 알아보고자 한다.

▲땅콩하우스 외관
지금, 살고 싶은 집에 살고 있습니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마당이 있는 예쁜 단독주택을 소망처럼 품고 있지만 현실은 도심 속 아파트 단지가 최선인 것만 같다.
아파트에 살면서 가장 많이 했던 소리가 “뛰지마!”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뛰어다닐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부모도 아이들도 스트레스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큰집이 아니고 ‘다락, 계단, 마당’이 있는 집이다. 아이들은 거실에서 놀다가 뛰어나갈 수 있는 마당이 필요하다. 마당에서 땅 파고, 벌레잡고, 나무 키우면서 마음껏 탐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다들 돈이 문제다.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 갔다고 하면 다들 “로또 됐냐?”며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그만큼 단독주택은 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한다.

작지만 실속있는 땅콩하우스
돈이 없으면 땅을 같이 사면 된다. 땅콩하우스는 두 집이 땅을 함께 사고, 한 필지에 두 채의 단독주택을 짓고 마당을 공유한다. 땅을 같이 사고 집을 작게 지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땅콩하우스’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땅 매입부터 설계·시공·인테리어·조경까지 3억으로 전체 공사를 4주 만에 완성시킨 단독주택 듀플렉스하우스를 일컫는다. 나는 이 땅콩하우스를 직접 짓고, 직접 살고 있다. 내 직업이 건축가이다 보니 실제로 가족들이 살 집을 지어보기도 했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단독주택을 실험해 볼 수 있었다.

큰 평수의 단독주택도 지어서 살아봤지만 아내가 청소하느라 지친다고 한다. 가족 구성원에 맞는 알맞은 평수의 집이 더 좋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땅콩하우스는 이름처럼 절대 땅콩만하지 않다. 1층부터 3층(다락)까지 모두 합쳐 48평이다. 처음엔 집이 아담하다고 했던 아내도 이젠 집이 넓다고 한다.

▲땅콩하우스 계단
친환경적·효율적인 목조주택
‘단독주택은 춥다’는 편견을 깨고자 단열에 대한 실험 또한 거쳤다. 철재로 지었던 17평짜리 집에서는 한달 전기요금이 119만원이 나오기도 했다. 가장 일반적인 콘크리트 집도 실험해 보았지만 한계가 있었다. 단열이 잘 되는 집, 그러면서도 좀더 친환경적인 소재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만난 소재가 ‘나무’였다. 땅콩하우스는 캐나다 목조건축 형태를 가져온 목조주택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목조주택 유형은 경골목구조 주택으로 땅콩하우스도 이에 속한다. 친환경·저비용·고효율 주택인 땅콩하우스는 목조건축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거기에 창을 작게 내고 층층마다 단열재를 넣었다. 땅콩하우스는 보통 33평형 아파트 관리비 정도의 비용만 드는 효율적인 집이면서도 추위 걱정, 더위 걱정 없는 단독주택인 것이다.

땅콩하우스처럼 자연을 상징하면서도 작은 집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 외콩집, 완두콩집, 옥수수집 등 여러 방향으로 땅콩집을 진화시키고 있고 동네 만들기도 하고 있다.

옹기종기 모여사는 땅콩밭
둘보다는 다섯, 다섯보다는 열 명이 모여 사는 게 재미있고 그 자체가 커뮤니티가 된다. 아파트에 살면 모든 사람들이 계약기간동안 큰 평수로 떠날 준비를 하면서 산다. 하지만 단독에 살면 정착을 생각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옆집에 관심을 갖게 된다.

나는 기본적으로 아파트로 집을 짓는 신도시 사업에 반대한다. 지금까지는 단독에 문제가 많아 아파트로 개발을 추진했다고 하지만 땅콩하우스 같은 단독으로도 기존 마을을 충분히 좋은 마을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돈을 들여 중앙공원이나 분수대 같은 것을 만들지 않고도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힘을 합하여 좋은 동네를 만들 수 있다.

▲땅콩하우스 내부 부엌 모습
나는 대기업의 아파트 설계나 돈 많은 회장집 설계를 원하는 건축가들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거꾸로 가려한다. 일본이나 유럽의 건축가들처럼 서민들의 주거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축에 대해 고민한다.

그러나 서민건축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많은 건축가들이 시도를 했지만 힘들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국가의 근본적인 지원과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학생들도 후에 땅콩하우스처럼 마을의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진정 가치있는 집’에서 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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