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부 가작2석

  귀향객으로 붐비는 요즘의 서울 역 광장에 나갔다. 겁을 집어먹고 쫓기다시피 해 되돌아온지라, 어차피 희부연 내일 아침이면 시골에 내려갈 그 채비를 다 차려놓고 허전함에 입맛하는 추석날 저녁, 나는 언제나처럼 호떡을 사먹기 위해서 밖을 나섰다. 이젠 거의 습관화 되어버린 것이지만 아침에는 밥을, 점심 한 끼쯤은 숫제 굶어버리고 저녁에는 저기 ‘코발트’색 양옥집 담벽 그늘진 모퉁이에서 노파가 굽는 꿀호떡을 사먹었다. 10원 한 장이면 족한 것이었다. 오늘따라 거리는 왠지 쓸쓸했다. 날램이 값싼 화장을 하고 달맞이를 나오기라도 했는지 넝마 같은 것들이 좋아서인 양 제멋대로 뒹굴며 발길에 몰려와 더러는 밟히기도 했다. (오늘도 할멈이 나왔을까?)
  막연히나마, 내심은 적이 걱정되었다. 명절이랍시고 꼭 안 나온다는 법칙은 없지만 그래도 행여나 하는 노파심이 앞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내 알게 될 호떡 장수 노파는 놀랍게도 나와 있었다. 우연히 길을 걷다가 기적적으로 고향의 동창생을 만났던 그날처럼 반가움에 가슴이 마구 뛰었다. 그 다음으로 가슴을 송두리째 쥐어짜는 듯 깊숙하게 파고드는 서글픈 감정을 이겨 낼 수 없었다. “할머니!”
 노파에게는 아예 추석이고 뭐고가 없는 그런 모양, 순간 아주 딴 세상의 사람 즉 이방인같이 어쩜 그렇게도 생소하게 느껴졌는지 알 수 없었다. 노파는 언제나 다름없이 희미한 불빛아래 호떡을 열심히 굽고 있었다.
 “할머니!”
  나는 한 번 더 나지막하게 불러 보았다. “아니 누구? 학생 아냐?” 너무 놀라는 것 같았다.
  나를 발견하고 떨리는 노파의 시선은 좀 체로 움직일 줄 몰랐다. 그러면서 내 옷 자락을 힘 있게 끌어당기며 다시 한번확인이라도 해보려는 듯 신기하게 훑어보는 것이었다.
  그러한 노파의 주름살투성이 이마에는 잔잔한 물결이 번져 결국 낯 전체를 덮었다.
 “기어이 왔구나.”
  사뭇 감격에 찬 목소리로 부르짖으며 눈까풀을 자주 깜짝였다.
 “따듯한 것으로 주세요.”
  지극히 사무적인 내말 버릇대로 흘린 다음 삐지직하고 우는 의자에 걸터앉았다. 새 시선을 피해 살짝 그리고 재빨리 옷깃으로 눈앞을 훔친 노파는 “추석이라서 난 또 나오지 않을 줄로 알았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할머님께서 어떻게 나오셨을까 하고 은근히 걱정했죠. 오늘은 꼼짝없이 굶는 줄로 알았습니다. 정말.”
  노파의 흰 머리카락에 팔월 한가위 대보름의 충만한 달빛이 마냥 젖어들었다. 사방은 떠나갈듯 조용했다.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이따금씩 담 넘어 양옥집 텔레비전으로 인해 터져 나오는 폭소 때문에 시끄럽다가 다시 본디대로 수습되어 얼마든지 조용했다.
  나는 조심성 있게 노파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할머님은 오늘이 명절인 줄을 모르셨나요?”
  노파는 무슨 그런 무식한 소리를 작작하느냐는 듯, 아니면 나를 뭐로 아느냐는 듯 “모르긴 뭘 몰라?”
  반문이 조금은 퉁명스럽기조차 했다. 그리고 말끝을 머리에 숨겨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한숨 소리가 분명히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요.” 구태여 꼬집을 사이는 아니라지만 아까의 말이 실례 였는가 해서 변명처럼 주워대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학생은?” 차라리 부르짖음이었다.
  나는 가슴이 쿵해질 하등의 까닭을 알지 못하면서 그런 일종의 충격 같은 것을 느꼈다. 좀 더 설명을 달면 쇠망치 같은 주먹총이라도 한대 먹은 기분이었다.
 “왜 대답하기가 좀 거북하니?”
 “아니에요. 왜 그런지 할머니의 이야기보다 먼저 듣고 싶을 따름입니다.”
  노파는 한창 많이 팔릴 때라도 일곱 시만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 내 끼니가 될 호떡 두개를 고이 빼돌려 접시에다 꼭 남겨두었다. 그래 놓고 나를 마음속으로 기다리는지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괘종이 일곱 번 울기를 기다려 하루도 빠짐없이 밖을 나서는 것쯤은 이미 나의 생활에 있어서 상식적으로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노파는 무심히 달을 처다 보았다. 달무리가 벌겋게 걸려 있었다. 다시 노파의 시선은 반짝이는 북극성을 찾고 있었다. “학생” 목소리가 약간 높았다. 그리고 떨렸다. 노파는 가만히 불러놓고 다시금 걷잡을 수 없는 그 허탈 아닌 체념 속에 허우적거리듯 북극성에 시선을 못 박고 독백하면서 말을 이었다.
 “나에게도 학생같이 영특한 외아들이 있었더란다. 어릴 적부터 유별나게 호떡을 잘 먹었지 육이오가 터지자 학병으로 끌려갔었지. 그러니까 그땐 이미 서울은 인민군 손에 넘어간 뒤의 일이었던 거야.”  
  노파는 벌써부터 옷깃으로 눈물을 찍곤 했다. 그러나 여전히 쓸쓸하게 띄운 미소만은 결코 지우지도 않았으며 지워지지도 않았다.
 “내 아들은 자랄 줄 모르는 사람으로 변해버렸어. 지금 역시 옛날 전쟁터로 끌려가던 학생의 모습, 바로 그것이 내 사랑스러운 아들의 모습이니깐. 몇 살이 되었는지는 생각조차 하기 싫어. 물론 얼마나 컸는지도 마찬가지야. 세상에 오직 나에게서 나의 아들은 새까만 교복의 학생일 따름이야.”
 노파는 지나치리만큼 나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힘없이 시선을 떨구면서, 너무나 갑작스럽게 “학생! 통일은 언제 된다냐?”
  호소어린 눈동자를 굴리면서 몰래 한숨지었다. 하마 통일 못된 게 꼭 나의 불찰로만 느껴졌다. “무정한 아들은 전쟁이 끝나도 돌아 올 줄을 몰랐어. 죽지 않았으면 살아있긴 할 텐데. 아마 이북에서라도 꼭 살아있을 것 같애. 아니, 틀림없을 거야. 그것을 영원토록 믿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나의 목숨이 붙어있는 거란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바로 나의 이 조그만 삶 전부를 가르칠 수도 있을 거야.”
이처럼 꿈속을 무수히 방황하는 듯한 순간에서 뭔가 타는 냄새를 느끼고 노파의 이야기는 우선 여기서 잠깐 끝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새 호떡이 탔던 모양이었다. 아까보다 북극성은 조금 움직인 것 같이 보였다. 신문 지상에 목이 쉬도록 떠들어 대던 삼남 한발 기사도 기사거니와 무엇보다도 남편을 전쟁에 바치고 젊음과 청춘을 모두 아들 하나에 불살랐던 어머니가 병들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으므로 내가 학교를 그만 두는 건 물론이며 한시바삐 시골로 내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내 나름대로의 피치 못할 현실 복종론을 노파에게 모두 펼쳐놓자, 무관심한듯 하면서 실상은 한 마디도 빠뜨림 없이 듣고 있던 노파는 “한번 크게 웃어 주겠니?”
  뜻밖에 뚱딴지같은 말을 해 놓고 내 손목을 꼬옥 쥐어 잡아 주면서 선뜻 접시에 호떡 다섯 개를 가만히 내밀었다. “어리석게도 행여 어젯밤 꿈에 본 아들이 먹으러 올까봐 마련해 둬 본 거란다.”
 억지로인 양 어색하게 잠깐 살아나는 그 종잡을 수 없는 웃음이, 그나마 빼앗은 바람결에 따라 어디론지 날라 사라져 가버렸다.
 “오늘, 그러니까 용케도 추석날 아침에 낳았지. 낳자마자 사람들은 팔자 세겠다고 끌끌 혀를 차쌓더란다” 연거푸 신음 밴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같은 날일수록 이렇게 호떡을 굽고 있으면 반드시 아들은 살아서 웃으며 금시라도 뛰어 올 것만 같애. 아마 내가 미친 모양이야.”
  지극히 감았다가도 이따금씩 비치는 눈동자가 노파의 그것 같지 않게 생기가 파릇이 돋아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할머님. 아드님은 꼭 살아서 계실 것입니다” “아무렴 살아 있고말고. 지금 나는 그것은 누구보다도 믿는 사람이란다. 그러기에 나는 이렇게 웃으며 하루를 살고 있잖나. 바로 내 곁에 아들이 언제나 함께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때가 지금인 것처럼 학생이 지켜볼 때인지도 몰라.” 나는 왜 그런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는 순간 바보처럼 입이 약간 벌어졌고 노파는 말을 아직까지 계속하고 잇다는 느낌만으로 세상은 한층 낯설어 보였다. “아들은 꼭 살아 돌아온다며 약속해놓고 웃으며 갔었지. 굳게, 굳게 내 손목을 잡고 목숨만은 붙여 온다고 울면서 정말로 약속했고말고. 그러나 아들은 약속하나 제대로 못 지키는 영영 거짓말쟁이 였나 봐.”
  달빛은 노파의 낯에서 마구 쏟아졌다. 이건 차라리 감당키 어려운 홍수라는 게 옳았다.
“나는 그 동안 아들이 건강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을 모습을 그려보면서 북쪽 하늘만 바라  보았고 언젠가 반드시 꼭 살아 돌아올 아들 앞에 내 놓은 건 오직 호떡 뿐, 그 호떡은 많이 많이 장만하면서 내일을 살아갈 거란다. 아들은 거짓말쟁이가 아닐 수도 있을 테니까. 그 약속만 가슴속 깊이 아로 새겨놓은 걸 쓰다듬으며,”
  질서를 잃어버린 말의 노파는 다시한번 북쪽 하늘을 향해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때 담 넘어 양옥집에서는 갑자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노파는 미친 듯이 귀를 틀어막으면서 얼굴을 내 무릎에 파묻어 버렸다.
  잠시 동안 그래 있었다. 어느새 밤은 이슥해있었다. 인적도 차츰 드물어졌다. 가끔 비틀거리며 지나가는 주정뱅이들이,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 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하고 흘러놓는 그 낡아빠진 유행가 가락에 저절로 눈이 감겼다. 이윽고 내가 일어서려하자 노파는 수 번째 묻는 말인 “내일 시골로 내려가는 거 정말이냐” 해놓고 “언제 다시 또 놀려 올려나? 아냐, 아냐. 대답은 하지 마. 약속은 필요 없어.”
  노파는 깊어가는 눈빛으로 한없이 원망하듯 너무나 새삼스럽게 나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이담부터는 일곱 시 호떡 두개는 어떡하지? 기다리는 마음, 기다리는 마음.”
  거의 울음 섞인 목소리로 기다리는 마음을 되뇌는 노파는 얼마든지 몸을 떨고 있었다. 따라서 머리카락도 바람결에 마구 휘날렸다. 나는 고개를 가만히 숙이고 지금 노파가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일부러 까마득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할머님.”
  나도 알 수 없는 부름을 흘려놓고 꾸벅 인사를 했다. 정녕 나조차 몽롱한 의식 속에서 세상 모두가 핑그레 돌다감을 가까스로 해서 걷잡아 내는데-결코 놓치지 않았다.
  어떤 뚜렷한 목적 없이도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아무데나, 하여간 이곳에서 이상은 더 머물 수 없을 것 같음을 느끼고야 당황한 나머지 비로소 나는 발길을 떼어 놓았다.
  그린 듯한 노파는 나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걸어가던 나는 별 수 없이 되돌아보고 말았다. 노파는 인형의 그것처럼 지극히 맹목적인 웃음을 방긋이 담고 있었다.
  나는 문득 북극성을 바라보고 싶었다. 나의 고개를 쫓아서 모든 걸 다 뺏어가고 잃어버린 노파의 시선이 허공에 둥둥 떴다. 엄마 잃은 아기의 눈동자처럼 유난히 반짝이는 북극성 옆에는 한조각의 구름이 쾌속으로 숨 가쁘게 달음박질치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다 말고 나는 종내 눈시울이 뜨거움을 느낌과 동시에 산산히 부서지는 별빛이 뻗어와 영롱하게도 나의 눈망울에 맺혀드는 것을 의식하면서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영영 양옥집 모퉁이의 호떡장수 노파가 나올 줄 모름을 미쳐 깨달지 못한 채 그대로 매양 뛰어 가면서 이 어둠이 물러간 뒤면 열차에 몸을 기대어 창창에다 “약속”이라고 글을 무심히 써보는 내 자신이 눈앞으로 뽀얗게 살아남을 발견해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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