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부 가작이석

  난 돌을 좋아한다. 조그만 모래알에서 커다랗게 육중한 바위에 이르기까지 돌의 성분을 조금치래도 함유된 것이라면 무조건 하고 좋아짐을 억제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언제부턴가도 모를 그때부터 내 교복 주머니를 비롯한 평상복 주머니엔 언제나 조그마한 그리고 닳고 닳아 반들대는 밤톨 같은 조약돌이 달그락 거린다. 
  아참, 알겠다. 난 여태껏 몰랐던, 터득한 새로운 사실에 환희한다. 나는 그 달그닥 거리는 조그만 마찰음이 좋았던 게다. 닳고 닳아 침체돼 버린 내 개성에 그 어떤 획기적인 사실을 꿈꾸고 있었다. 내 생활, 현기를 느끼는 잠을 느끼는… 초연해지고픈 이 생활을 화악 변화시키기엔 난 너무 지쳐있었고 매개체에 의한 어떤 울림을 난 기대하고 있었던 거다. 그 달그닥 거리는 조그만, 그러나 강한 마찰음에 내 보다나은 새로운 삶의 전개를 꿈꾸고 있다.
  과거에 살았던 나는 부싯돌의 그 조그마한 불꽃을 얻기 위해 보다 삐꺽대는 음향에 더한 애착을 느꼈을 게 분명하다. 피어난 불꽃을 얻기 위해 겪은 진한 아픔. 난 그 아픔을 이해하기에 앞서 그 옛날 그 때에도 돌을 좋아하는 나와 비슷한 어떤 사람이 돌의 마찰을 반복하다 우연히 진실로 우연히 불꽃을 얻게 되었을 거라는 나대로의 진지한 상념에 함빡 웃음을 머금어 본다. 돌은 무생불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인류의 문화는 ‘불’에서 비롯되었다 한다하면 불을 일으킨 부싯돌이야말로 오늘에 이른 인류문명의 근원에 지대한 공로자라 표창 받을 수 없을까?
  난 이 신비로운 나대로의 연쇄반응에 세월을 긷고 길어도 묵묵부답한 바윗덩이, 예사로 발 뿌리에 채는 돌멩이에도 경이로운 눈길을 보내기에 인색할 수가 없다. 그리고 한층 더 피로해오는 자신을 음미한다. 끝내는 훌륭하달 수 있는 돌의 가계에 뛰어 들고픈 맘이 돼 버린다. 차라리 내 주머니속의 조약돌이나 돼 버렸으면 좋겠네… 나의 진정 어린 반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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