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일제히”


  ‘한글전용안’ 앞에서 석연치 않아 하는 이들의 글을 나는 거의 빠짐없이 읽었다. 그들의 글을 싣고 있는 매스컴 자체도 기실은 우유부단한 소치로 결단을 못 내리는 그야말로 엉거주춤한 편집태도를 보여준다.
  그들은 언젠가 완강히 한글전용을 반대했었다. 요즈음에 이르러서는 한 발짝 양보한 자세로 ‘좀 더 기다려 보자.’ 고한다.
  옹고집은 본시 그 내용이 자기중심적인데에 있다. 학자들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자기가 습득해서 익힌 지식을 강하게 옹호하고 내미는 쇠뿔 같은 고집이다. 나는 학자들의 고집을 탓하는 게 아니다.
  내가 몇 번인가 한자말 때문에 애를 먹었대서가 아니라 별 것도 아닌 내용을 한자말로 만들어서 칠갑을 해놓을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말이다. 몇 사람의 어진 학자는 한글전용을 시급히 서두르고 또 게으른 몇 사람의 학자는 ‘좀 더 연구해보자’ 는 애매한 표현을 일삼게 되고 우둔하고 고집 센 몇 사람의 학자는 적극반대를 하는 저마다의 꼴을 보여주고 있는 실정이다. 몇 사람 용기 없는 자들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보이는 이때에 나는 과감히 고집한다. “하루아침에 일제히 한글을 전용하자”고.
  우리말을 가장 아끼고 사랑한다는 몇몇 시인들은 한때 이런 모순을 범했었다.
  “오! 휴전선 … 울고 있는 母國語(모국어)여!”
  어쩌구저쩌구. 모국어가 어쨌단 말인지도 분명치 않아 별 매력이 없는데다가 왜 하필이면 모국어란 말을 한자로 쓰고 모국어를 외치는지도 알수 없었다.
  ①대학에서는 당분간 한자를 익혀 학문을 연구한다.
  ②모든 신문과 출판물 등은 모조리 한글로 찍어낸다.
  ③정부의 한글전용계획에 적극 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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