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의 계절 - 그 회상과 충고와


  1, 농촌ㆍ농민을 알아야
  “풍파에 놀란 사공 배 팔아 말을 사니
  구절 양장이 배두곤 어려워라
  이후란 배도 말도 말고 밭갈기만 하리라“
  이래서 농업을 안정산업이라고 하는가, 농민을 보수적이라 하는가, 아무런 농촌과 농민은 다 배타적인 점만은 사실이다. 여러분들이 농촌돕기 운동에 항상 겪는 고초는 그 배타적인데 있었다.
  얼마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경기도 어느 마을에 모심기를 도우러 나갔더니 농민들이 환영하기는커녕 꺼리는 것이 아닌가? 까닭인즉 농사는 농민이 하는 것이지 학생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짧은 시일 안에 농민에 대한 기술지도는 안 되는 것이고 우선 목표한 농촌에 도착하면 그 농촌 독특한 사정을 알아야 하고 농민에게 여기 온 의도를 확실히 이해시켜 주어야 될 줄 안다. 

  2, 마음가짐은 이렇게
  농촌돕기 운동을 일종의 레크리에이션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선정한 농촌에서 그 기간 안에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조사한 다음 양보다 질적으로 하되 농민이 꺼리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물론 폐를 끼쳐서도 안 된다. 농민에게 무슨 큰일을 해주려는 듯 과장해서도 안 되고, 배우려는 마음으로, 의복이나 태도와 예의도 그 마을의 관습에 맞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대화는 실질적인 것과 위로조라야 되겠고 가난한 산업에 종사해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농민에게 자극적인 언동은 피해야 하겠다.
  ‘농가경제의 향상은 어떻게 해야한다’는등 웅변조나 누구를 비난하는 언동을 해서도 안 된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아라’는 속담이 가난한 농가의 사상이 되어있다 싶은데 농가의 감정과 생활에 맞지 않는 언동은 봉사자의마음 가짐이 아니며 도리어 농민이  이단시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농촌봉사활동에 참가하려는 사람은 투철한 봉사정신이 있어야 하겠다.
  ‘펜’ 대신 호미를 잡아야하니 손이 부르틀 것이고, 육체적인 피로에다 음식과 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것을 이겨내매 적은 일에라도 정성껏 도와주겠다는 ‘정신’이 필요한 것이다. 

  3, 봉사는 이런 것을
  여학생의 경우에는 가사전반에 대하여 개선해야할 점과 육아지식의 상담 및 산아제한에  관한 것을 그리고 농가의 위생ㆍ의료에 관한 상담과 지도를 해주었으면 한다.
  남학생의 경우에는, 첫째 노력봉사는 학생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 예를 들면 도로 보수라든지 요즈음처럼 가물 때에는 웅덩이 파는 일 돕기, 김매기, 퇴비장만하기, 우물소독, 변소소독 등을 들 수 있다. 농약살포나 비료뿌리기 등 경영ㆍ기술 등에는 가급적이면 직접 관여 안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둘째 사상적인 봉사는 노력봉사이상으로 중요한데 학생의 힘으로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농업을 숙명적인 산업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야하는데 여기에도 농민이 기억하기 힘든 말이나 통계 같은 것은 피하고 독농가의 행적이나 파이어니어의 생애와 노력 같은 것을 들려주는 것이 좋겠다. 책망이나 강요 같은 인상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경영방식같은 것을 들려주고, 특히 비능률적인 사회성에 대해서는 이를 분석 비교하면서 상담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농업분야에 있어서 ‘산학협력’이 특히 뒤떨어지고 있는 요인의 하나는 농민이 새로운 경제사회에 대처할 준비가 덜 되어있는 ‘농가사상’의 문제에서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특히 유의해 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