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부권(교육학과) 교수
강한 자는 욕망이 자신의 능력한계를 넘어서지 않는 자이다. 루소의 말이다. 개미는 코끼리의 코를 부러워하지 않고, 사자는 코뿔소의 뿔을 탐하지 않는다. 개미는 인간 사회를 능가하는 분업과 협동 체제로 먹이를 구하고, 애벌레를 키우며, 적을 퇴치한다. 사자는 날카로운 이빨, 강력한 턱과 발톱, 그리고 번개 같은 순발력으로 자신의 등치보다 몇 배나 큰 들소를 사냥한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대학 모두가 서울대가 될 필요가 없다. 각 대학은 그 나름대로 특장이 있다. 계속되고 있는 학령인구의 감소와 문민정부 이후 계속된 대학의 남설로 학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학생 수의 감소는 대학 수입의 감소를 초래하기 때문에 대학경영에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적은 학생 수는 그 대학 나름의 새로운 특장이 되어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지금까지 각 대학은 자신의 특장을 찾으려 하지 않았고, 비록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자신의 존재양식으로까지는 발전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코끼리와 사자를 무게와 등치로만 비교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학의 ‘특성화’, ‘다양화’를 외치면서도 그것의 특장을 발굴하고 비교할 수 있는 언어와 문법을 개발하지 못한 채, ‘일반화’와 ‘획일화’의 언어와 문법으로 특성화와 다양화를 이루려고 했다. ‘졸업생 취업률’, ‘교수들의 게재 논문 수’, ‘교수 충원율’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제부터 대학은 학생들에게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물어야 한다. 자신의 욕망은 무엇인지,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한계는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이 사회를 위하여 이 세계를 위하여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물어야 한다. 욕망이 크다면 거기에 맞추어 능력을 키워야 하고,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욕망을 줄여야 한다.

개인에게도 자신의 능력한계를 넘는 과도한 욕망은 스트레스가 되고, 돌이킬 수 없는 불치의 병이 될 수도 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아동의 소질과 적성은 부모, 교사, 혹은 사회가 결정하여 억지로 부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동은 그의 생각, 행동, 욕망을 통하여 소질과 적성을 스스로 드러낸다. 그러므로 정부 당국은 대학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당신의 특장이 무엇이냐고 그리고 당신은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이 때 정부당국이 해야 할 일은 획일적인 평가지표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대학의 욕망이 그것의 능력한계를 넘어서는 것은 아닌지를 판단하고, 혹시 자신의 능력한계를 의도적으로, 변칙적으로, 그리고 불법적으로 부풀리려고 한 대학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강한 대학을 위한 언어와 문법의 개발은 대학의 자율적이고 자구적인 노력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정부당국도 이제부터는 사자와 코끼리를 무게와 등치로 비교하는 일을 삼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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