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봄, 품는 봄바람

봄은 ‘보는 것’이란 말을 줄인 것이다. 언 땅도 녹고, 쌓인 눈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꽃망울이 터질 준비를 하고 있다. ‘봄소식’이란 시에서 이창건 시인은 버들강아지들이 “멍멍멍 짖고 있습니다”라고 노래한다. 하하하! 이 시는 거기서 본건 아니지만, 이런 웃음도 주는 시를 보노라면 지하철에 왜 시들을 붙여놓는지 이해가 간다. 남산 밑에서 생활하는 동국인들은 그저 남산을 걷거나 바라만 봐도 봄이 보라고 드러내는게 와닿는다. ‘이삭줍기’와 ‘만종’등으로 농민의 삶을 진솔하게 그려낸 밀레는 ‘봄’을 통해 생명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무지개가 왼편 위에 걸려있고 돋아나는 자연에 감탄한 이 그림은 곧 등장할 인상파(印象派)를 예고한 명작으로 꼽힌다.

이상기후를 아무 때나 보여주는 봄바람의 여파도 만만치 않다. 마치 초여름처럼 따뜻한 하루가 지나고 바로 다음날 봄바람의 차가움이 피부에 와닿는다. 하긴 봄이 생명을 길러내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어느 계절보다 강하게 몰고 오는 바람은 또 다른 봄의 묘미를 느끼게 만든다. 바로 그 점을 봄바람 타기의 자유로움으로 노래한 신중현의 ‘KIMJUNGMI-NOW’은 한국 락과 노장적인 자유사상의 만남을 기막히게 그려낸다. 신중현 본인이 앨범 표지도 직접 찍은 자연과 음악이 만나는 현장이 느껴진다. ‘님은 먼곳에’등으로 스타가 된 김추자를 넘어서는 독특한 창법과 매혹을 지닌 김정미가 노래한 이 곡들은 봄을 바람과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기를 함께 돌려낸다. 세대감각을 뛰어넘는 싸이키델릭 음율과 자유를 추구하는 예술정신은 경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 나온 엘피 판은 소장가들에게 수 백만 원대를 넘어서고 있다.

‘불어라 봄바람’을 여기서 잠시 즐겨보자. “어디로 가고 싶나/바람따라 가고 싶네/어디로 가고 싶나/바람따라 가고 싶네 (...) 불어라 봄바람아/어디로 가고 싶나/불어라 봄바람/바람따라 가고 싶네” 봄이 되면 부는 봄바람은 얼어붇은 겨울의 웅크러뜨림을 풀어내는 노마드적 떠남을 이렇듯 부추킨다.
‘봄’이란 곡에서도 꽃을 보다가 봄바람으로 넘어가는 미학을 노래한다. “빨갛게 꽃이 피는 곳/봄바람 불어서 오면/노랑나비 훨훨 날아서/그곳에 나래접누나 (...) 나도 같이 떠가는 내 몸이여/저 산 넘어 넘어서 간다네 (...)봄바람이 불어 불어 오누나/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봄 봄 봄 봄 봄이여”
북한이 전쟁 위협을 하고, 온갖 정치 및 경제적 이슈가 평화롭게 봄을 즐길 여유를 괴롭힌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도 즐길 수 있는 미덕(美德)은 봄과 봄바람을 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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