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후식(경제81졸) 동문
한국은행은 주기적으로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빗나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때문에 언론이나 정치권 등으로부터 심한 비판을 받기도 한다. 경제 분야에 관한한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한국은행의 위상이 실추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현실적으로 미래의 경제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한데 이는 다음과 같은 경제전망의 본질에 기인한다.

첫째, 경제전망은 수많은 가정에 기초를 두고 있다. 세계 경제 성장률, 주요국 환율, 유가와 같은 해외 변수와 국내소득, 고용, 경제주체의 심리지표 등의 국내 변수에 관한 다수의 예측치를 사용한다. 둘째, 이러한 가정의 수와 종류는 경제상황이 복잡해지고 변화속도가 빠를수록 더욱 늘어난다. 셋째, 경제전망은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의 동태적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경제전망은 실험실과 같은 통제된 환경 하의 실험과는 달리,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람들의 총체적인 행위를 예측하는 것이다. 넷째, 경제전망은 평균의 개념을 이용한다. 2000~2012년까지 국민소득은 연평균 3% 늘어났는데 수입은 4.5% 증가하였다고 하자. 이는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국민소득이 1% 늘어나면 수입은 1.5%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이상의 사실로부터 경제전망의 오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첫째, 경제전망의 기초가 되는 가정도 수많은 가정 하에 예측된 결과이다. 따라서 이러한 가정의 가정과 이를 전제로 한 가정이 어긋날 경우 경제전망의 오차는 불가피하게 된다. 수요, 공급의 법칙도 가정이 변하면 성립되지 않는 이치와 같다. 둘째, 최근 들어 경제 환경 급변과 잦은 이상기후 등으로 전망의 기초가 되는 가정의 수와 종류가 더욱 늘어나 오차를 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경제전망 발표 이후 경제주체들의 행태가 크게 변한다. 경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 가계는 소비를 자제하고 기업은 투자를 미룬다. 그리고 정부는 조세나 재정지출을, 중앙은행은 금리와 유동성 공급을 변화시켜 적극 대응한다. 넷째, 평균이란 현실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국민소득이 1% 증가하면 수입은 1.5% 늘어난다지만, 각 연도별로는 평균치인 1.5%와 괴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처럼 부정확한 경제전망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이젠하워 장군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항상 작전계획이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작전계획을 세우는 일은 꼭 필요하다.” 즉 경제전망이란 항상 오차가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가계나 기업이 계획을 세워 경제행위를 하고 정부와 중앙은행이 정책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비록 틀린 전망이라 하더라도 경제전망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칼럼을 빌어 경제전망 나아가 한국은행에 대한 불신이 다소나마 해소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한국은행에도 거대한 “동대 동문회”가 결성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동국대가 세계 속에서 우뚝 솟은 상아탑으로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동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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